올해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브로커’는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의 첫 상업영화다. 스크린 데뷔작이 칸영화제 진출작이자 수상작이라는 점은 국민가수로 불리는 그에게도 엄청난 행운인 셈이다. 이지은 스스로 “너무 말도 안 되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죽기 전에 떠오를 잊지 못할 순간 하나”라며 놀라워 했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메가폰을 잡은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매개로 만난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지은은 영화에서 미혼모 소영을 연기했다.
어떻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선택을 받았을까. 어째서 이지은은 러브콜에 선뜻 응했을까. 알려진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섭외했다. 이지은은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감독의 팬이 됐는데 이 거장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지은은 “아마 현장에서 제일 긴장을 많이 한 사람이 나였을 거다. 시나리오 리딩 때가 한겨울이었는데 땀이 막 났던 기억이 있다”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너무 긴장해서 선배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할 일이나 잘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있었는데 나중에 아쉽더라. 내가 언제 이런 전설 같은 분들이랑 영화를 할지 모르는데 궁금한 것도 여쭤보고 그럴걸 싶었다. 그런데 칸도 다녀오고 홍보를 하면서 기회가 주어져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지은의 연기는 칸영화제에서 시사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거론됐다. “연기 칭찬에 부담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이지은은 “그동안 감독님의 다른 작품을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는데 (‘브로커’는) 달랐다. 칸에서 영화를 보고 바로 엄마, 아빠한테 재미있다고 연락했다”면서 “이제 칭찬도 받네라는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영화는 베이비 박스에 놓았던 아들을 뒤늦게 찾으러 간 소영(이지은 분)이 더 나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브로커들과 여정을 떠난다. 극 중 이형사(이주영 분)의 입을 통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지은은 “소영은 아이를 버릴 수 밖에 없는지 연민하기보다 그럴 여유조차 없는 고된 인물이다. 연기할 때는 그래도 ‘버린 건 버린거야’라고 하는 소영의 태도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브로커’의 인물들에 대해 “정신적으로 유대하고 연대하고 민낯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충분히 가족이라 볼 수 있겠다 싶은 결론을 내렸다. 그게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브로커’는 8일 국내 개봉했다. 이날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예매 점유율 37.4%로 1위로 흥행 레이스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