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에 이어 영화 ‘야차’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지난 8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차’가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글로벌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등 45개국에서 톱 10위 안에 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 선양에서 벌어지는 동북아시아 스파이 첩보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박해수는 특별 감찰 검사 한지훈 역을 맡았다.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올곧은 신념을 지키려는 한지훈은 박해수를 통해 감정적이면서 굳건한, 입체적인 내면을 완성했다.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지훈의 대사에 공감한다는 박해수는 ‘야차’가 영화 찍는 맛을 알려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야차’까지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소감은. “‘오징어 게임’도 있겠지만 ‘기생충’, ‘미나리’ 등등 많은 K콘텐트들이 앞서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차’에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야차’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한국 첩보 영화라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글로벌한 배우들이 함께했고, 다 같이 만들어내는 팝콘 무비로서 매력이 크다고 생각했다.”
-한지훈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는지. “대본을 받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 지훈이 고지식하거나 따분한 인물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거였다. 대본도 그런 방향으로 많이 수정했다. 캐릭터가 가진 올곧은 신념과 가치관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이 사람의 신념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이 사람의 욕망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탐구했다.”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피지컬이나 액션 장면을 많이 준비했다. 무술 감독님과 오랫동안 액션 합을 맞췄다. 블랙팀과 같이 총기 연습도 했는데, 블랙팀보다 조금 즉흥적이고 어색한 액션이 나오게 연습했다. 대사 톤에 있어서는 예전에 나왔던 기사들이나 판례들, 검사들 말투를 영상으로 찾아봤다.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말하는지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외국어 대사가 많았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가장 어려운 점은 지훈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학습된 외국어를 말해야 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일본어 선생님들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작품 내내 톤을 조금씩 바꿔주셨다. 외국어가 외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외국어 연기가 쉽지 않아서 어떤 부분에서는 발음이 맞고 어떤 부분에서 틀리는 게 많더라. 계속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촬영했다.”
-설경구와 호흡은 어땠나. “배우 이상의 존재다.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감사한 분이다. 어떤 큰 디렉션이 없어도 선배님은 많은 걸 받아주신다. 연기적인 것 뿐만 아니라 나 자체를 받아주시는 것 같다.현장에서 너무 편했고, 대립 구도임에도 많이 기대서 갔다. 큰 산 같은 존재다. 작품 밖에서도 내가 겪고 있는 여러 일들, 고민들을 함께 깊이 고민해주신다. 옆에서 바라볼 때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배를 만나게 된 게 정말 인생의 복이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그 별명을 내가 지은 게 절대 아니다. 인터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많은 작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고, 넷플릭스 식구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수식어를 부모님께서 좋아하신다. 연극한다고 예전에 많이 혼났었는데(웃음).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각종 시상식에 참여했다. 소감은. “너무 낯설고 신기했다.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가 싶었다. 그 자리에서 이정재, 정호연 배우의 이름이 불렸을 때는 너무 행복하더라. 내가 사랑하는 동료들이 상을 받은 게 너무 기뻤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진출한 K콘텐트로서 다음 주자를 위한 사명감이 있다는 생각에 계속 참여했다. 미국에 잠시 있었을 때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제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 하하하. 악역이 아니라고 몇 번 이야기 했는데 악역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글로벌한 배우가 됐다. “사실 아시다시피 이미 국내의 많은 배우들, 많은 아티스트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OTT 플랫폼을 통해 더 넓게 알려지게 되어 기쁘고 감사드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재들이 멀리서도 충분히 동질감과 공감을 얻는다는 게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느끼는 작은 책임감은 앞으로 나올 더 좋은 작품들을 위해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마다 큰 캐릭터 변신을 시도한다. 임하는 마음 가짐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하자는 마음이다. 스스로 도전에 있어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여러 시선으로 캐릭터를 바라보고 연구하는 것 같다. 질문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제가 뛰어난 언변술이나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장르와 역할은 가리지 않는 편인데, 새로운 세계관에 관한 작품은 해보고 싶다.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관에 스며들어서 놀아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그와 정반대로 아주 평범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는 듯한 이야기. 한국에서의 작품들, 한국에서의 드라마들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야차’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모두가 고생하고 모두가 즐거워하면서 준비한 작품이다. ‘이런 게 작품이구나, 영화 찍는 게 이런 맛이구나’를 알게 해준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이 고생했는데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서로에게 기대서 갔다. 모든 게 큰 추억이고 감사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