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세 번째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소형준(21·KT 위즈)이 훈련 성과에 만족감을 전했다. 지난해 2년 차 징크스를 겪은 그는 실패를 교훈 삼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소형준은 2021시즌 종료 후 비활동기간을 보내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데뷔 시즌(2020년)을 마친 후에는 한동안 공을 잡지 않았다. 고교 시절보다 훨씬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듬해(2021년)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팔꿈치 통증이 생겼고, 훈련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시범경기에 돌입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휴식기를 줄였다. 지난해 팀 일정(한국시리즈)이 끝난 후 2주 만에 캐치볼을 재개했다. 소형준은 "무작정 쉬는 건 틀린 생각이었다. 공을 던지면서 회복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운동법도 바꿨다. 지난해에는 근력 향상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올해는 투구에 꼭 필요한 근육만 강화하고, 하체의 중심이 이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운동에 집중했다. 팀 선배 고영표가 다니는 사설 트레이닝센터에서 함께 훈련했다. 소형준은 "작년 캠프에서는 내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올해는 공에 힘을 싣는 느낌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2년 연속 KT 캠프 인스트럭터로 나선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인정했다. 소형준은 "감독님께서 '작년보다 준비를 더 잘해서 캠프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변화를 주고 준비한 부분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뻤다"라며 웃었다.
소형준은 2020시즌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KBO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2021시즌에는 7승(7패) 평균자책점 4.16에 그쳤다. 개막 초반 구위 저하로 고전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전반기 부진 탓에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팀 승선에도 실패했다. 소형준은 "내 공도 못 던지는 상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만 컸다. 반등할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결과에만 연연했다"라고 돌아봤다.
욕심과 조바심을 이기지 못한 경험은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소형준은 "올해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다.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내다가 역효과가 났던 경험이 있다. 내가 달라지면, 대표팀에서 불러 주시지 않을까. (국가대표 선발을) 의식하지 않도록 멘털 관리를 잘해낼 것"이라고 했다.
오프시즌 거포 박병호가 가세한 덕에 KT 공격력이 향상됐다. 2021시즌 팀 선발 투수 중 두 번째로 적은 득점 지원(9이닝당 3.21점)을 받은 소형준 입장에서는 박병호의 가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선의 득점 지원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소형준은 "2021시즌 박빙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킨 경험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멘털을 다잡은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박병호 선배님이 오셨으니 공격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득점 지원과 상관없이 매 이닝, 매 경기 내 임무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는 성적과 투구 내용 모든 면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등판, 2이닝을 막아내는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속 증가가 눈길을 끌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찍혔다. 2021시즌 소형준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8㎞(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였다.
지난 시즌 초반 구속이 급격히 저하됐던 소형준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배제성 선배도 풀타임 선발 2년 차 때 (직구) 구속이 크게 떨어졌지만, 3년 차 때 다시 회복했다. 나도 잘 준비해서 내 공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캠프 준비 방식부터 변화를 줬고, 2022년 첫 공식전부터 그 효과를 확인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1시즌 개막전 선발로 소형준을 내세웠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하는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소형준은 "작년에는 '다시 없을 기회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 몇 번째로 나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팀 승리에 기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