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중에 위메이드가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넷마블·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도 이달부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자신들의 P&E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코인)을 발행 및 상장하고, 관련 게임도 내놓는다.
대형 게임사의 참전으로 P&E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국내 규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넷마블 코인 발행, 컴투스 ICO…P&E 시장 공략 첫발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 게임사 중 하나인 넷마블은 이달 중순께 자체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 ‘MBX(마블X)’를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축통화(코인)는 MBX, 지갑으로는 MBX 월렛이 각각 활용될 예정이다.
넷마블은 코인을 공개하면서 P&E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를 마쳤다.
P&E 게임은 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유저가 게임에서 확보한 아이템 등 재화를 코인으로 바꿀 수 있고,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과 교환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기존에는 게임 내 재화는 게임사의 것으로 유저에게 빌려주는 개념이었다면, P&E 게임에서는 재화가 유저의 소유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저의 소유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고도의 보안 기술이 요구되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해지면서 P&E 게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넷마블은 7일 개발자·코인 발행사·토큰 배정 방식·유틸리티 등의 정보를 담은 ‘MBX백서’를 공개하고, 8일부터 14일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조건으로 코인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넷마블은 이 행사 직후 블록체인 생태계 MBX의 정식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에서 개발 또는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MBX 코인으로 바꿔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넷마블 측은 “MBX 생태계는 게임의 재미를 강화하고, 이용자 참여와 합리적 보상 제공이 선순환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MBX 정식 서비스에 맞춰 관련 게임도 해외에서 선보인다. 자사 모바일 게임 'A3: 스틸얼라이브(글로벌)'를 업데이트해 유저들이 MBX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저는 유틸리티 토큰 ‘이너트리움’을 활용해 게임 내 아이템 등을 강화할 수 있으며 현금화가 가능한 MBX 코인으로 변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MBX의 가상자산 공개(ICO) 시점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ICO란 코인 개발자가 코인을 개발한 후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다. 기업을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이럴 경우 코인 거래가 활성화돼 게임사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를 P&E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은 컴투스 그룹은 이달 말쯤 블록체인 생태계인 'C2X' 플랫폼의 기축통화인 C2X 토큰의 ICO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송재준 컴투스홀딩스(구 게임빌) 부사장 겸 컴투스 대표는 지난 2월 작년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다음달 말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출시 전에 해외 최상위권 거래소에 C2X를 상장할 계획인데 목표한 대로 움직이고 있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해외 최상위권 거래소를 거래량에서 글로벌 1위인 바이낸스로 보고 있다.
컴투스 그룹은 C2X 상장과 함께 관련 게임들을 내놓는다. 현재 16종을 준비하고 있는데, 컴투스 그룹의 주력작 중 하나인 ‘서머너즈워: 백년전쟁’과 ‘크로매틱 소울: AFK 레이드’를 이달 말쯤 글로벌에 출시할 예정이다.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은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만큼 C2X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견 게임사 네오위즈도 첫 P&E 게임인 '크립토 골프 임팩트'을 이달에 출시한다. 실시간 골프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에서는 'S2토큰'이 사용된다. 유저는 크리스탈 재화를 획득해 이를 S2토큰으로 전환할 수 있다.
S2토큰은 네오위즈 지주사의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플라이가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MEXC 글로벌’에 상장한 자체 코인 ‘네오핀 토큰(NPT)’과 교환할 수 있다.
독주 위메이드에 적수 등장…주도권 경쟁 예고
넷마블과 컴투스 등이 P&E 시장 공략을 시작하면서 위메이드와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모바일 MMOPRG '미르4'를 P&E 게임으로 글로벌에 출시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경쟁사들은 이제야 구축하고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미 갖췄다. 코인·NFT·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완비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를 운영하고 있고, 위믹스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이 덕분에 위메이드는 짭짤한 수익도 올렸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까지 위믹스 코인 1억800만개를 매각해 현금 2271억원을 챙겼다. 위메이드 주가도 급상승했다. 작년 8월까지 3만원대였던 것이 P&E 게임 ‘미르4 글로벌’이 히트치면서 같은 해 11월 19일 23만7000원까지 급등했다.
위메이드는 P&E 시장에서 먼저 치고 나간 여세를 몰아 확실히 주도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100개의 게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웰메이드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글로벌 게임쇼에 참가할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모든 게임 전시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웰메이드 게임이어야 하고 블록체인을 붙였을 때 게임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을 개발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넷마블과 컴투스도 위메이드와 생각이 같다. 돈을 버는 것보다 게임의 재미에 방점을 둬야 P&E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다양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달 ‘A3: 스틸얼라이브(글로벌)’를 필두로 ‘골든 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챔피언스: 어센션’을 P&E 게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컴투스 그룹은 이달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과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을 시작으로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낚시의 신: 크루’ ‘골프스타: 챔피언십’ ‘마블 레이스(가칭)’ ‘더 워킹 데드: 올스타즈(가칭)’ ‘거상M 징비록’, ‘DK모바일: 영웅의 귀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무게감 있는 게임사의 참전으로 P&E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뜨거워지는 것과 함께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P&E 게임은 모두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게임 내 재화의 현금화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는 게임법 위반으로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할 유저들은 다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넷마블·컴투스 등 대형 게임사들까지 다양한 P&E 게임을 내놓으면 더 많은 유저가 우회로를 통해 하게 되고, 국내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P&E 게임은 점점 대세가 되고,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규제는 풀고 유저 보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게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