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1일 구현모 KT 대표가 2년 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당시를 회상하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국내 최대 통신사라고 자부하면서도 기존 유·무선 사업에 안주하는 현실에 위기를 느낀 것이다.
구 대표는 "B2C(기업-소비자 거래) 통신사업에 집중한 결과가 뭐였나. 15년 이상 매출이 성장을 안 하고 원가는 올라가 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2B와 디지털 플랫폼(디지코) 사업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와서 부스를 만들고 사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 생각이 옳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2에 3년 만에 참석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지난해 클라우드·미디어 협력 제휴를 맺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애덤 셀립스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사 인프라 역량과 AWS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로 B2B 시장 확대를 노린다.
또 터키 1위 통신사 투르크텔레콤과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5G·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스마트시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KT는 2016년에 투르크텔레콤에 기가 LTE(최대 1Gbps 속도) 솔루션을 뒷받침해 4.5G LTE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구현모 대표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국제적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통신사가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망 투자를 글로벌 콘텐트 사업자(CP)들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통신사가 고객들로부터 비용을 충당했기 때문에, CP의 투자까지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주도의 펀드 형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KT는 AI존·로봇존·파트너존으로 전시관을 운영하며 AI 컨택센터와 AI 방역로봇, AIoT 전동 휠체어 등 혁신 기술을 선보여 방문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구 대표는 "KT는 통신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고객의 삶을 변화시키고 혁신을 리딩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