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국민에게만 경기장 입장을 허용, 중국 선수들만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출전했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를 베이징 시민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폐쇄 루프'를 운영했다. 엄격한 방역 기준 탓에 선수와 취재진 등 대회 관계자의 불편 호소가 잇따랐다.
대개 올림픽에는 각국 정상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서다. 결국 반쪽짜리 외교 무대만 펼쳐졌다.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만 참석하고,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정부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지 않았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은 대회 중반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스캔들로 얼룩졌다.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도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그러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가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직후 이를 통보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며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했다. 전 세계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심리적 압박을 받은 발리예바는 개인전에서 4위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민족 대표 자격으로 등장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한복 공정', '문화 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이 한국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고, 김치나 한복을 자국 문화인 것처럼 주장한 적 있기에 많은 국민이 개막식을 바라보며 분노했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향한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개인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체대)가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심판진은 두 선수가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황대헌과 이준서를 대신해 중국 선수가 결승에 올랐고, 결국 중국 런쯔웨이는 예선부터 단 한 번도 1위를 하지 않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선 헝가리 류사오린 산도르가 1위를 했으나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 첫 종목이 열린 5일 2000m 혼성계주에서 중국이 선수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페널티 없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또다시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단은 공식 항의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기억에 오래 남을 올림픽"이라고 했지만,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은 최악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스캔들 올림픽'"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