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쇼트 프로그램 연기 후 눈물을 보인 발리예바. 사진=연합뉴스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거짓 응원 속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싱글 무대를 마쳤다.
도핑 양성 반응으로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발리예바가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총점 82.16점을 기록하며 전체 출전 선수 30명 중 1위에 올랐다.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넘어졌지만, 이어진 과제는 무난히 해냈다. 2위 안나 셰르바코바(80.20점)와는 2.16점 차이.
발리예바는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보였다. 최근 불거진 도핑 양성 반응과 출전 여부를 두고 일어난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쇼트 프로그램 점수가 발표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에서 연기 직후 보인 눈물이 그저 경기력에 대한 불만족으로 보이기도 했다.
발리예바를 향한 장내 분위기는 상반된 공기가 공존했다. 앞 선수가 키스 앤드 크라이 존으로 향하고, 발리예바가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장내는 조용했다. 싸늘한 공기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함성이 쏟아졌다. 한 무리가 큰 소리로 발리예바를 응원했다. 폐쇄 루프 속 인원(방송·취재진·선수단 관계자)만 있을 수 있는 지역에서 말이다. 방송 장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관련 종사자들로 보였다. 키스 앤드 크라이 존 바로 위 관중석에는 러시아 선수단도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함성이 커졌고, 이내 장내에 퍼졌다.
폐쇄 루프 밖 인원이 앉을 수 있는 관중석에는 러시아 국기를 든 사람도 보였다. 맨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에 확인은 어려웠지만, 중국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중국 정부가 외교 관계자나 특파원에게도 초청장을 줬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발리예바의 연기 전후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의식한 듯 발리예바의 연기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여자 피겨 현역 최고 선수인 발리예바는 현재 파문의 중심이다. 지난해 12월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 겸 흥분제 효과를 내는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고, 지난 10일 이 문제가 드러났다.
14일 발리예바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발리예바에게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판소(CAS)가 이를 기각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딸 경우 시상식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경하게 나섰다. 발리예바는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마음고생 했고, 출전해 기쁘다"라고 했다.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경로로 심장병이 있는 조부의 약으로 인한 오염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