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0.01초. '배추 보이' 이상호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7)가 고개를 숙였다.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도 무산됐다.
이상호는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빅토르 와일드(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패했다. 결승선 근처 기문에 몸이 걸리며 속도가 줄었다. 결국 상대보다 0.01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상호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됐다. 2021~22시즌 출전한 7차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메달 4개(금1·은2·동1)를 따내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 포인트(434점)를 쌓기도 했다.
이날도 16강까지는 순항했다. 예선전에서는 금메달 경쟁자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와 블루 코스에서 맞대결 펼쳐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39초96. 블루 코스를 탄 16명 중 유일하게 30초대 기록을 남겼다. 예선 1·2차 시기 합계 1분20초54로 출전 선수 31명 중 1위를 차지했다.
16강전에서 이상호는 기록이 좋았던 블루 코스 대신 레드 코스를 선택하고도 다니엘라 바고차(이탈리아)를 여유 있게 잡았다. 하지만 이어진 8강에서 와일드를 넘지 못했다. 와일드는 2014 소치 올림픽 2관왕(대회전·회전)을 차지한 선수다.
경기 후 만난 이상호는 "쇼트트랙에서 불미스러운 일(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꼭 금메달을 따서 많은 분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응원에 부응하지 못해서 아쉽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상호는 4년 전 평창 올림픽 결승전에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 0.43초 차로 패하며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불과 0.01초 차이였다. 하지만 이상호는 "많은 분이 랭킹 점수로 선수의 기량을 판단하시겠지만, 토너먼트에 올라온 선수는 모두 뛰어나다. 패한 건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월드컵 시즌이다. 2월 중순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 월드컵은 취소됐다. 귀국 후 3주 동안 국내 훈련을 진행한 후 오스트리아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상호는 평창 대회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어깨 수술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전지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서와 명상, 상담을 통해 멘털을 다잡았고, 혹독한 훈련으로 다시 정상급 기량을 찾았다.
지난 4년 여정을 돌아본 이상호는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해내자'라는 개인 목표는 이뤘다. 속이 후련하다"라고 웃었다. 그는 "힘든 일이 많았다. 평창 대회 후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잘 이겨냈다. 고생했다고 나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