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2년 만에 재개된 벨로드롬 최고의 축제 ‘그랑프리’의 주인공은 결국 임채빈이었다.
임채빈은 지난 26일 광명돔에서 열린 20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결승경주에서 전매특허인 한 바퀴 선행으로 나섰고, 끝까지 여유 있게 버티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금요 예선에서는 한파 속에서도 200m 랩타임 10초53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별들의 제전이라 불리는 그랑프리 마지막 날에도 고비 한번 없이 목표를 달성하며 ‘임채빈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정종진의 그랑프리 5연패 도전으로 관심이 모아졌지만 임채빈과 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종진은 그랑프리 예선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이에 임채빈의 독주가 예상됐다. 준결승에서 임채빈의 또 다른 경쟁자 중 한 명이었던 정해민도 낙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결승에서도 사고가 속출했다. 황인혁이 경주 중 정하늘을 찍어 누르는 탓에 2착으로 들어오고도 실격을 당했다. 황승호도 레이스 중 낙차로 탈락했다. 결국 정정교가 3착으로 들어왔지만 황인혁의 실격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인치환이 3착에 오르며 경기가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올 시즌 임채빈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될성부른 떡잎으로 훈련원 최초 조기 졸업과 최단시간 특선급 승급 등으로 경륜의 새 역사를 창조한 임채빈은 최고의 무대인 특선급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른바 ‘도장깨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경륜계 간판인 SS반 5명을 차례대로 꺾었다. 경륜황제로 군림했던 정종진도 임채빈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임채빈은 결국 그랑프리에서 대관식을 완성했다. 임채빈은 그랑프리 우승으로 7000만원을 수확해 누적된 상금과 다승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임채빈은 대한민국 선수로 최초 단거리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경력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올해 자신의 기존 200m 한국 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우는 등 뛰어난 기량으로 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임채빈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슈퍼히어로의 끝판왕 타노스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타고난 건각에도 불구 임채빈의 자기 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랑프리가 열리기 직전까지 고향인 대구를 떠나 3주 동안 광명에서 합숙할 만큼 치밀하고 집요할 정도로 준비 과정도 남달랐다. 타고난 기량과 노력 덕분에 그는 상금왕, 다승왕에 이어 대상 영예를 차지하며 2021년을 임채빈의 해로 만들었다.
박창현 전문가는 “역대 수많은 은륜 스타들이 있었지만 단순히 경기력 측면에서 임채빈과 비견할만한 선수는 없었다”며 “독주는 당연하고 과연 얼마만큼 앞으로 경륜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