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모빌리티(차량 호출) 시장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다. 1위 사업자 카카오가 플랫폼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체제 정비에 나선 사이에 글로벌 기업 우버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합작회사인 우티가 통합 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모습.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 갑질 논란 딛고 모빌리티 상생 총력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플랫폼 파트너 상생안'을 제출했다.
산업계·학계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상생협력자문위원회를 CEO 직속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택시 4단체는 가맹사업인 '카카오T 블루'의 높은 수수료 정책과 콜 몰아주기로 비가맹 택시를 차별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기본료를 웃도는 호출료를 책정하려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는 물론 승객의 부담을 가중하는 등 내년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카카오를 겨냥한 거대 플랫폼의 갑질을 규탄하는 설명회가 열린 것도 모자라 지난달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파트너 상생을 외면했다며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뭇매를 맞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카카오T' 로고. 이번에 구성하는 자문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대리기사 등 파트너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마련하기로 약속한 상생기금 3000억원의 운용계획도 수립한다.
또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배차 알고리즘은 택시 단체와 협의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동작 원리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3개월마다 갱신하는 데이터 수집 및 가맹택시 마케팅 활용 계약은 업계 우려를 반영해 삭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카카오T 블루 취소수수료는 사업자와 카카오모빌리티가 50%씩 가져갔지만,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몫 40%를 기사에게 준다. '카카오T 대리' 서비스의 경우 기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동수단과 쉼터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80% 이상의 압도적인 국내 택시 호출 점유율을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연말을 기점으로 당분간 파트너 상생과 생태계 안정화에 주력한다.
모빌리티 앱 신규 설치 건수 및 차별화 기능.
우티, 통합 앱 앞세워 카카오T 추격
경쟁사 카카오가 주춤한 사이 우티가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합작회사를 출범했을 때만 해도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지난 1일 선보인 통합 앱이 카카오T를 역전하는 성과를 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통계를 보면, 이달 1~2일 이틀간 우티 앱 신규 설치 건수는 3만6642건으로 전월 동기 대비 13.7배나 올랐다.
같은 기간 카카오T 앱 신규 설치 건수는 3만703건으로 우티와 비교해 5939건이 적다.
우티의 1~2일 DAU(일간 사용자 수)는 10만986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6.3배 증가했다. 지난달 1~2일 우티의 DAU는 카카오T의 0.6%에 불과했는데, 이 비중이 4.1%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우티와 우버 앱이 통합하며 시행한 프로모션 덕으로, 효과가 오래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티는 신규 통합 앱 출시를 기념해 11월 한 달간 조건 없이 이용료 20% 상시 할인 혜택을 보장한다.
'우티'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우티 제공 일단 우티는 내년까지 가맹택시를 2만대 이상으로 늘려 접근성을 강화하고,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도 탑승 전 안내한 비용만 지불하는 '사전 확정 요금제' 등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한다.
우티의 강점은 글로벌 운영 노하우다. 해외 1만여개 도시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향후에는 카카오T처럼 빠른 배차 서비스인 '우티 플래시'와 대형 세단 기반 '우티 블랙'도 내놓는다.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혼잡시간 택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합승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톰 화이트 우티 CEO는 지난 1일 통합 앱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택시 시장은 80억 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로 전 세계 5대 시장 중 하나다"며 "승객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택시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기사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