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가을야구에 합류한 키움이 와일드카드(WC) 결정전 패배로 2021시즌을 마감했다.
키움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WC 2차전에서 8-16으로 패했다. 1차전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9회 결승점을 뽑았지 2차전에서는 마운드 붕괴로 대패했다.
이날 패배로 키움은 다사다난했던 2021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부터 악재가 많았다. 제이크 브리검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조쉬 스미스를 새로 영입했지만, 스미스는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6.30의 부진 끝에 방출됐다. 새 외국인 타자로 데이빗 프레이타스를 영입했지만, 43경기 타율 0.259 OPS 0.671 2홈런으로 부진하다 6월 방출됐다. 4월 18일 최하위로 떨어질 정도로 초반 페넌트레이스에서 고전했다.
주포 박병호의 부진도 치명적이었다. 2012년부터 팀의 4번 타자를 지켜왔던 박병호는 규정 타석 채운 타자 중 타율 0.227로 최하위(54위)를 기록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이 빠지고 박병호가 부진하자 키움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5월 이후 중위권으로 복귀했지만 7월 사고가 터졌다. 한현희와 안우진이 원정 숙소에서 무단이탈해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전반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3.79, 3승 7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던 토종 원투 펀치가 KBO의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홍원기 키움 감독도 구단 자체 징계와 함께 두 사람을 올 시즌 쓰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성적이 흔들리자 입장이 변했다. 돌아왔던 브리검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팀을 떠났고, 선발진의 구멍이 좀처럼 메꿔지지 않았다. 결국 키움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안우진이 9월 23일, 한현희가 10월 16일 1군 엔트리에 복귀시켰다.
둘의 복귀는 키움의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 안우진은 복귀 후 선발 6경기에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3.31로 에이스 에릭 요키시와 함께 선발진을 이끌었다. 스윙맨으로 합류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한현희는 결정적인 경기에서 활약했다. 10월 29일 고척KT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쾌투로 승리를 거뒀다. 5위를 위해 한 경기도 패배가 허락되지 않던 시즌 말에 리그 1위 KT를 상대로 귀중한 1승을 팀에 보탰다. 안우진의 호투에 힘입은 키움은 최종전인 10월 30일 KIA전에서 승리하며 치열했던 포스트시즌 쟁탈전의 승자가 됐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 얻은 것도 있었다. 팀 주축으로 성장한 이정후는 타율 0.360으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후반기 팀 타선을 이끌었다. 김하성의 이적 후 주전 유격수가 된 김혜성이 46도루로 리그 도루왕을 차지했다. 연봉 1억원에 영입한 이용규가 출루율 0.392(리그 11위)로 리드오프를 맡아 끈끈한 상위 타선을 형성하면서 팀 장타력 부재를 대신했다.
간신히 밟은 가을 무대는 짧았다. 1차전에서는 안우진의 6⅓이닝 2실점 9탈삼진 호투와 이정후의 9회 결승 2타점 적시 2루타로 두산을 꺾으며 기세를 올렸다. 수호신 조상우도 43구를 던지며 뒷문을 지켰다. 반면 2차전에서는 마운드가 두산 타선을 버티지 못했다. 정찬헌, 한현희, 최원태 등 국내 선발 자원을 총동원했지만, 16실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며 대패로 올 시즌 야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