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맏형 엔씨소프트와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이 11월 글로벌 신작을 연이어 선보인다. 양사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올해 최대 기대작이자 신 성장 동력이 될 작품이다.
양사는 이들 신작을 앞세워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인데, 구체적인 방법은 차이가 있다. 과연 어느 게임사의 글로벌 전략이 세계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게임사’ 향한 승부수 리니지W·뉴 스테이트
엔씨는 오는 4일 신작 ‘리니지W’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2일 낮 12시부터 사전 다운로드가 진행되는 리니지W는 엔씨의 대표작 PC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리니지’를 ‘월드와이드’라는 콘셉트로 글로벌 유저를 겨냥해 만든 MMORPG다.
특히 리니지W는 엔씨의 MMORPG 명가로서의 자존심이 담긴 작품이다. 실제로 최고창의력책임자(CCO)인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W에 대해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한 프로젝트”라거나 “24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 IP의 결정판”이라고 말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엔씨는 어느 신작보다 중요한 리니지W로 그동안 부진했던 글로벌 개척에 나선다. 주요 매출국인 한국에서의 실적이 주춤한 엔씨로서는 글로벌 확장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리니지W의 글로벌 성공에 엔씨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래프톤은 오는 11일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이하 뉴 스테이트)를 출시한다.
뉴 스테이트는 인기 배틀로얄(최후의 1인 생존)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을 계승한 작품이자 크래프톤이 독자적인 콘텐트 및 기술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이다.
특히 지난 8월 상장 이후 첫 대형 신작이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가 크래프톤에게 매우 중요하다. 크래프톤은 매출원이 배틀그라운드밖에 없어 IPO(기업공개) 당시 49만8000원이라는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 글로벌 게임사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이번 뉴 스테이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멀티 플랫폼 vs 오직 모바일
엔씨와 크래프톤이 이번 신작으로 글로벌 게임사로의 비상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공략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비스 플랫폼이다. 엔씨는 리니지W를 멀티 플랫폼용으로 개발했다. 모바일을 기본으로 하고 PC와 콘솔 등에서도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고, 향후 플레이스테이션5와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엔씨는 이를 위해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을 활용한다. 퍼플은 모바일과 PC를 오가며 엔씨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리니지W 출시에 맞춰 다양한 편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뉴 스테이트는 일단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한다. 특히 글로벌 유저들이 저사양 휴대폰에서도 동일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적화에 신경을 썼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뉴 스테이트는 갤럭시S7급 기기 및 2GB RAM을 사용하는 기기, 아이폰의 경우 6S에서도 원활히 실행된다”고 말했다.
모바일·PC·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리니지W와 모바일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뉴 스테이트 중 누가 더 많은 유저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출시 국가 전략도 다르다.
리니지W는 1차적으로 한국·대만·일본·동남아·중동 등 총 12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북미·유럽 등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한다. 비교적 한국 게임을 많이 접해보고 커뮤니티가 중요한 MMORPG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는 동양권을 먼저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 스테이트는 전 세계 200여 개국을 대상으로 출시된다. 구글과 애플 앱마켓이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나라에 동시 론칭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 지원에 신경을 썼다. 영어·중국어 등 주요 언어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포르투갈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터키어 등 무려 17개 언어를 지원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언어 지원에 대해 “각 지역의 문화와 특색에 맞게 현지화할 수 있도록 세계 각지(9개 기점)에 있는 담당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vs 리얼리티
양사는 글로벌 유저를 잡기 위해 준비한 핵심 콘텐트 및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엔씨는 리니지W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 구현에 집중했다. 유저는 하나의 서버에서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과 국가 단위의 ‘글로벌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엔씨는 이를 위해 게임 서버를 국내외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글로벌 클라우드 망을 세계 여러 거점에 구축했다.
엔씨 관계자는 “이런 노력으로 리니지W가 서비스되는 모든 지역의 이용자가 모여 전투를 펼치더라도 불편함이 없는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엔씨는 경쟁과 협동이 필수적인 MMORPG의 특성을 고려해 유저가 언어의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AI 번역 기술도 도입했다. 유저가 게임 채팅창에 보낸 메시지는 자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또 음성을 문자 채팅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 기능도 제공한다. 크래프톤은 모바일에서도 사실적인 총싸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PC에서만 사용하는 그래픽 렌더링 기술인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오토 인스턴싱, 오토 익스포져 기능 등을 사용해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 한계에 도전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뉴 스테이트는 다른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과는 달리 그래픽 성능 향상 및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를 통해 배틀로얄 게임의 현장감, 긴장감을 모바일에서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엔씨와 크래프톤은 글로벌 공략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리니지W와 뉴 스테이트를 출시하지만 공략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그 차이의 결과는 출시와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