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공개된다.
영화 ‘표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김학순(1924∼1997) 씨의 증언을 처음 보도한 일본 언론인에 대한 현지 우익 세력의 공격을 다룬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가운데 벌어진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朝日)신문 기자를 향한 공격과 이에 굴하지 않는 언론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우에무라는 “감금돼 달아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김학순 씨의 발언을 1991년 8월 11일자 아사히신문 오사카(大阪) 본사판에 처음 보도한 언론인이다.
니시지마 신지(西嶋眞司) 감독은 2014년 무렵부터 노골적으로 확산한 이른바 ‘우에무라 때리기’와 관련해 “미디어에 압력을 가해 역사를 자국의 입맛에 맞게 바꿔 쓰려는 의도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영상 제작을 결심했다. 당시 그가 재직 중이던 지역 민영 방송사인 RKB마이니치(每日)방송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고용 연장의 기회를 포기하고, 퇴직한 후 독립 제작사를 설립해 영화 제작에 나섰다.
영화는 아사히신문사를 조기 퇴직하고 한 대학의 비상근 강사로 활동하던 우에무라와 그 가족이 우익 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우에무라는 우익 세력의 협박으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했고, 당시 고교생이던 딸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날조 기자’라는 비난에 시달리던 우에무라는 자신을 공격하는 데 앞장선 우익 저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명예 회복을 결심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끝내 그를 외면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현실 속 사법이 외면한 진실에 주목한다. 김학순 씨의 생전 발언 장면이나 나눔의 집에 머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은 증언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표적’은 우익들의 주장에 모순점을 찾아내거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재임 중인 2014년 10월 국회에 출석해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한 우익 세력의 행태도 기록했다.
영화 속 우에무라는 자신을 ‘날조 기자’라고 비난하는 것이 “우에무라만을 때리는 것은 아니다”며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시대와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니시지마 감독은 “일본의 방송국이나 신문사에는 ‘위안부 문제는 금기이며 프로그램이나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당연한 사회’ 실현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