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과 관련해 말만 무성했던 녹십자가 과연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MO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녹십자가 얀센과 접촉하고 있다. 이번 주 얀센의 관계자가 녹십자 CMO의 전진기지인 청주 오창공장에 방문하기로 하는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녹십자가 지난해 10월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코백스 산하의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맺은 5억 도즈 이상의 백신 시설 계약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십자의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생산에 녹십자가 한발 앞서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도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 생산은 녹십자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자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허은철 대표는 “혈장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불허로 꿈을 접어야 했다.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암울한 평가를 받았다. 혈장치료제 개발을 미련 없이 접은 녹십자는 CMO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해 CEPI와 맺었던 5억 도즈에 관한 본계약조차 1년 가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오창공장 활용 극대화를 위해 녹십자는 러시아 백신의 CMO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으로 긴급 승인된 코비박의 CMO를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비박을 개발하고 있는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녹십자의 오창, 화순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CEPI 계약과 관련해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에 대해 CEPI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