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손을 잡았다. 현대차그룹 제공 글로벌 진격을 위한 총수들의 결단이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껄끄러운 관계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더라도 미래의 시장 개척을 위해 기꺼이 손을 잡고 있다. 글로벌 합작사 설립으로 ‘전진 기지’를 구축하는 게 대표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나EV 등의 화재 리콜 비용 분담과 관련해 분쟁 관계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1조17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첫 해외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동남아의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전진 기지’를 구축해 전기차의 패러다임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연산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연간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분은 양사가 50%씩 보유한다. 여기서 생산하는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플랫폼은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의 리콜 비용 분담 문제로 갈등이 일었다. 화재 원인을 두고 연일 공방을 벌였다. 화재 원인이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잠정 결론이 났음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부인했다.
결국 지난 3월 양측은 코나 등 8만여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리콜하기로 합의했다. 배터리 교체 비용을 3대 7로 분담하기로 하면서 현대차 4255억원, LG에너지솔루션 7000억원을 내기로 하고 충담금에 반영했다. 양사는 고객 불편과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만히 합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또다시 화재로 인한 리콜 이슈가 발생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꼽으며 세 번째 리콜을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017~2019년 생산된 제품이고 모듈 제작 과정상의 문제다. 리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회동하는 등 굳건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교체 비용 이슈가 있더라도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 넘게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 생산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경쟁사인 중국 허베이철강과 지난 6월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2020년 세계철강협회의 철강 메이커 조강생산량 순위에 따르면 허베이철강이 3위에 올랐다. 포스코는 2019년과 비교해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중국 철강사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세를 불려 나가며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중국 내 자동차용 도금강판 생산·판매를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다. 포스코와 허베이철강은 각 3억 달러씩 투자해 허베이성 탕산시 라오팅 경제개발구에 90만t급 도금강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2023년 말 준공 예정이다.
세계 철강 순위 톱5에서 밀려난 최정우 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강판 시장인 중국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공급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