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는 역대 SBS 금토극 시청률 4위를 기록,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자랑했다. 그 중심에는 이제훈(37)이 있었다.
드라마 방영 전 에이프릴 이나은이 긴급 교체되며 표예진이 투입됐다. 방송 전부터 잡음이 있었기에 걱정도 컸지만 '한국형 히어로'를 표방하며 통쾌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이제훈은 사적 복수를 해주는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 김도기로 변신, 피해자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사적 복수를 대신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에 복수극의 등장은 모두의 마음을 달랬다.
'모범택시'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비대면 인터뷰에 응한 이제훈은 "힘들고 지친다"했지만 "좋은 반응이 많아 얼른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훈 -무사히 끝났다. 소감이 남다를텐데. "긴 시간 촬영을 했는데 사실 끝나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홀가분한 마음보다 김도기나 무지개운수 가족, 제작진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빨리 다시 모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형 히어로'란 말을 들었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을텐데. "사회 이야기를 전하며 재미있게 표현하는 점이 몹시 두근거렸다. 연기하면서 즐거운 에너지가 나왔다. 이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처음이었다. 고민과 부담이 컸는데 어떻게 봐줄지 궁금했다.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것 같아 안심도 되고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뜨거운 사랑을 즉각적으로 받은 것에 많이 놀랐다. 에피소드마다 큰 사건을 겪으면서 해결하는 것을 상황적으로 재미있게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새로운 모습이 있었나, 이렇게 연기할 수 있었나 재미있었다."
-언제 가장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싶었나'라고 느꼈나. "비주얼로는 9·10회다.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다.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몰라도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준비했던 것을 쓸 기회가 이번에 생긴 거다. 즐겁게 작업했던 인물이다. 연변사투리를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하는 것에 대해 선생님에게 감사하다. 한 에피소드에 보여준 건데 (짧아서) 아쉽더라."
-'모범택시'가 큰 인기를 끈 이유를 자체 평가해본다면.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다. 약자들을 괴롭히고 못되게 구는 악의 무리를 누군가가 대신해서 처단하는 이야기에 다들 열광할 수 밖에 없다. 대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런 게 사실 현실에서 일어나긴 힘들다. 허구적 상상력,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다는 게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것이 결코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선 안된다. 드라마가 대신해서 이야기하는 점이 되게 그 대리만족에 있어서 많이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이런 미스터리하고 억울하게 당하는 피해자와 아픈 사람이 없도록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에피소드는. "젓갈 공장이나 학교폭력, 웹하드를 통한 불법 동영상을 배포하는 회사를 처단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등 한 회 한 회 내게 통쾌함을 줬다. 어느 하나 꼽기에는 모든 게 다 와닿았다. 신기하게 다가온 것은 보이스피싱 에피소드다. 캐릭터의 말투와 행동을 좋아해주실지 몰랐다. 이 캐릭터에 대한 인물이 김도기라는 기사와 괴리감, 차이점이 있다. 앞서 보여준 언더커버 캐릭터가 쌓여서 신뢰가 생겼기 때문에 그 점을 믿고 즐긴 것 아닐까."
-극중 김도기로 혼내고 싶은 사회적 사건이 있나. "아이를 학대하고 버리는 등 현실에서 끔찍한 일들이 있지 않나. 재판 과정이 있었는데 과연 그것이 합당한 결론이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면 더 생각해볼 문제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을 또 다른 '모범택시' 이야기로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16부작 미니시리즈로서 이 사건 사고를 전부 담기는 모자라지 않았나 싶다."
-김도기를 연기할 때 어떤 점을 강조했나. "피해자의 억울함·울분을 대신해서 해결해주는 무게감·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김도기의 과거 아픔도 함께 표현해야 했다. 초반에는 다가가기 힘들고 말수도 많이 없고 표졍변화도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가 어떻게 극을 이끌어갈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에피소드마다 해결해야 하는 사건사고와 다채로운 모습을 통해서 김도기가 가진 매력이 다양하다는 걸, 나도 연기하면서 더 많이 알아갔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딴 에피소드가 많았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준비해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계속 가볍게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런 사건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이 되면 안 되니까 그런 점에서 '모범택시'를 통해 정의에 대한 명제를 제시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쿠키 영상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관한 내레이션을 직접했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과거의 이야기와 맞물려지면서 실제 사건을 겪은 사람이 인터뷰를 해줬다. 용기를 내줘 말한 것인데 이런 사건을 겪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존재할텐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잊지말아야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남의 일인 듯 좌시하지 않고 변화에 어떤 목소리를 낼지 고민해봐야한다. 그러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제훈 -시즌2를 강하게 암시하는 결말이었다. "지금의 결말이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명제에 있어서 많은 고민, 해결책을 두고 무지개운수 사람들이 모이지 않나. 이번 시즌에서는 나쁜 사람을 잡아내고 사설감옥에 집어넣는 과정에 여러 의견을 낼 수 있었는데 다음 시즌에는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이 역할을 맡아서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끄집어내서 허구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면 사람들이 더 환호하면서 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단순히 재미로 휘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사고에 있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오래 머문 소속사에서 나와 혼자다. "첫 소속사였고 정말 오래 있었다. 그런 곳에서 나와 다 처음 경험하다보니 모든 게 낯설다. 소속사가 없는 공백이 길게 가진 않을 듯 하다."
-어느덧 마흔으로 다가가는 나이에 앳된 목소리나 얼굴이 여전히 좋은지 궁금한데. "'파수꾼'을 찍을 때 27세였다. 20대 후반에 교복을 입는 것 자체가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 작품을 해나가면서 내가 가진 외형이 나이보단 어려 보여 한편으론 청춘을 연기함에 있어서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이러다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자기 관리도 한다.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걷기나 기초체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이 모습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늙으면 젊어질 수 없지 않나. 지금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 계획도 궁금하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치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빨리 시청자나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