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주목해야할 슈퍼루키 키움 장재영(왼쪽부터)·KIA 이의리·롯데 김진욱. 사진=IS포토·각 구단 2020시즌 신인왕 레이스는 KT 선발 투수 소형준(20)의 독주 체제였다. 올 시즌은 '역대급' 경쟁이 예상된다. 고교 시절부터 '슈퍼 루키' 자질을 드러낸 장재영(19·키움)·이의리(19·KIA)·김진욱(19·롯데)이 입단 첫해부터 리그를 놀라게 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스 기근에 시달리는 KBO리그에 활력이 될 전망이다.
KIA 1차 지명 좌완 투수 이의리는 스프링캠프 전까지 장재영·김진욱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평가를 뒤집었다. 평가전에서 무실점을 이어간 그는 지난달 25일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선발 등판에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0㎞까지 찍히는 강속구, 간결한 팔 스윙, 그리고 자연스러운 디셉션(deception·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숨기는 기술)이 돋보였다. 이대호·손아섭 등 리그 대표 타자들과 씩씩하게 승부했다.
이의리는 두 번 등판한 시범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은 10개나 잡아냈다. 미국에서 구단 동영상을 통해 이의리의 투구를 본 양현종이 "무시무시한 공을 던진다. 나보다 나은 것 같다"며 감탄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이의리를 2선발로 낙점했다.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오는 4일 그와 상대할 김태형 두산 감독도 "(홈플레이트 앞에서) 떠오르는 공이 좋더라"라며 경계했다.
이의리는 겨우내 KIA 트레이닝 파트에서 제공한 근·체력 관리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했다. 체중을 7㎏ 찌워 현재는 90㎏. 덕분에 포심 패스트볼에 힘을 실렸다. 팀 선배 김유신으로부터 체인지업 구사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의리는 "양현종 선배의 빈자리를 메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롯데 1라운더(2차 신인 드래프트) 김진욱도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줄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강릉고 2학년이었던 2019년, 1년 선배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3학년이었던 지난해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김진욱에 대해 "제구력과 경기 운영 모두 완성형이다. 입단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욱은 1차 스프링캠프를 2군에서 소화했지만, 실전이 진행된 2차 캠프에서는 1군 등판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21일 등판한 키움과의 시범경기에서는 2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8㎞. 경기 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흔들린 뒤에도 금세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더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롯데는 김진욱을 팀 마운드를 이끌어갈 미래 에이스로 보고, 데뷔 시즌 이닝 제한(1·2군 합계 100이닝)을 두기로 했다.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1군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장재영은 고교(덕수고) 1학년부터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받았다. 고교 시절 내내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키움을 장재영을 1차 지명한 뒤 계약금 9억원(역대 2위)을 안겼다.
장재영은 평가전에서 시속 155㎞ 강속구를 뿌렸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⅔이닝 동안 3볼넷 3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26일 NC전에서도 1이닝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28일 KIA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불안한 면이 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고교 시절부터 장재영을 지켜봤다. 현재 제구가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투구 폼에서는 문제를 찾을 수 없다.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 감을 잡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9시즌 신인왕 정우영(LG)은 불펜 투수, 2020시즌 신인왕 소형준은 선발 투수였다. 보직이 신인왕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임무 수행력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세 신인 모두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