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바비 달벡의 2021시즌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 류현진(34·토론토)은 2021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3번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자체 청백전이나 라이브 피칭을 통해 투구 수와 이닝 소화 능력을 끌어올렸다. 원정 경기 참가로 여력이 소비되길 바라지 않았고,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 타자들에게 자신의 투구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MLB 시범경기는 이미 자리가 확고한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그저 컨디션을 점검하는 무대다. 시범경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정규시즌에도 활약한다는 보장도 없다. 초청 선수들은 성적이 좋아도 MLB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 캠프에 참가한 황재균이 그랬다. 시범경기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그래도 눈길을 끄는 선수는 있다. 29일(한국시간) 현재 타격 부문 OPS(출루율+장타율) 1위에 올라 있는 조쉬 벨(워싱턴)이 대표적이다. 전 한국인 빅리거 강정호의 팀 메이트(피츠버그)로 국내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에서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됐다. 워싱턴은 베테랑 하위 켄드릭이 은퇴했고,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에릭 테임즈는 워싱턴과 재계약에 실패하고 일본 무대로 향했다. 지난 2월, 데뷔 16년 차 베테랑 라이언 짐머맨과 1년 계약했지만, 여전히 무게감이 떨어졌다. 결국 유망주 투수 2명을 내주고 벨을 영입했다.
벨은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17시즌, 159경기에 출전해 26홈런·90타점을 기록했다. 2019시즌에는 37홈런·116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올스타전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단축 시즌(팀당 60경기)으로 치러진 2020시즌에는 처음으로 타율이 2할 5푼(0.226) 아래로 떨어지며 부진했다. 볼넷(22개) 대비 삼진(59개)도 너무 많았다. 앤드류 맥커친에 이어 '해적 선장'이 될 것으로 기대 모은 선수지만,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2021 시범경기에서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91·출루율 0.455·장타율 0.891을 기록했다. 홈런은 6개. 2014년부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벨은 이전 7년(2014~20)은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2018시즌 4개가 단일 시범경기 최다 홈런이다. 지난 27일 뉴욕 메츠전 8회 타석에서는 시속 153㎞ 바깥쪽(좌타석 기준) 보더라인에 걸린 강속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BOSTON, MA - SEPTEMBER 19: Bobby Dalbec #29 of the Boston Red Sox looks on during the second inning of a game against the New York Yankees on September 19, 2020 at Fenway Park in Boston, Massachusetts. The 2020 season had been postponed since March due to the COVID-19 pandemic. (Photo by Billie Weiss/Boston Red Sox/Getty Images) 보스턴 내야수 바비 달벡(26)도 주목된다. 그는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출루율 0.392·장타율 0.822를 기록했다. OPS는 1.214. 벨에 이어 현재 리그 2위다. 홈런은 벨보다 많은 7개. 11일 애틀란타전, 18일 미네소타전에서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달벡은 2020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75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다.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미국 국가대표팀 4번 타자를 맡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과의 슈퍼라운드에서도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안타를 때려낸 선수다. 대회(프리미어12) 베스트11 1루수 부문에 선정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와 이정후(키움)이 각각 유격수와 외야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그 명단이다.
특급 유망주지만 주 포지션 3루수로는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MLB에서 라파엘 데버스가 자리를 잡았다. 빅리그 데뷔도 늦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일 데뷔해 23경기에서 8홈런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21시즌은 1루수 뎁스 차트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달벡은 올 시즌 주목해야 할 선수다.
볼티모어 외야수 오스틴 헤이스(26)는 OPS 1.138을 기록하며 29일 현재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더로 2017시즌 데뷔해 MLB에서 74경기에 나섰다. 통산 타율은 0.272. 준수한 편이지만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외야진 경쟁자 중에서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좌익수와 우익수 그리고 중견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주전으로 올라설 기회다.
시애틀 내야 유망주 타이 프랜스(27)도 있다. 시범경기 18경기에서 타율 0.327·출루율 0.389·장타율 0.714를 기록했다. 홈런은 5개. 2019시즌 샌디에이고에서 데뷔했고, 이듬해 시애틀로 트레이드됐다. 시애틀 주전 3루수 카일 시거가 2016시즌 이후 2할 5푼 타율도 넘어서지 못하며 부진하고, 1루수 에반 화이트도 빅리그 데뷔 시즌(2020)에 보여준 게 없다. 프랜스는 1·3루와 지명타자 뎁스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