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기반 최초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에 투입할 근로자 수(맨아워)에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전계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오닉5 흥행에 최대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배터리와 반도체 등 수급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맛보기(티저) 이미지를 공개한 기아 'EV6'와의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차 노사, 맨아워 합의…아이오닉5 양산 탄력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5시께 맨아워 합의안을 도출했다. 맨아워(Man Hour)는 노동자가 1시간당 할 수 있는 작업 분량을 의미한다.
그동안 노사는 울산1공장에서의 아이오닉5 생산 결정 이후 맨아워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가량 줄어드는 전기차의 특성상 생산에 투입될 인력 역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갈등이 이어지며 지난 1월 일부 조합원은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이번 합의에는 아이오닉5 양산에 따라 생산인력 일부를 다른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첫 전용 전기차인 만큼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국내에서만 3만5000대 이상 사전예약되는 등 지연으로 인한 고객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맨아워 문제가 해결되면서 현대차 울산1공장은 조만간 시승차 등으로 사용될 분량을 시작으로 본격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아이오닉5는 국내 사전예약 첫날에만 역대 최고기록인 2만3760대를 판매하는 등 흥행을 예고한 첫 전용 전기차다. 유럽 시장에서도 한정 판매물량인 3000대를 하루 만에 완판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 수급 등 아직 넘어야 할 산 남아
현대차 노사가 맨아워에는 합의했지만, 아이오닉5 흥행 성공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이 관건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아이오닉5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그동안 적정 재고를 넉넉히 가져가며,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생산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아이오닉5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계약 물량에 맞춘 아이오닉5 증산 역시 쉽지 않다. 현대차는 현재 연 10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배터리 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전기차 판매에서 보조금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별개로 증산 계획을 구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길게는 차량 인도에 1년 가까이 걸렸던 2018년 '펠리세이드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올해 아이오닉5에 이어 기아 EV6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 현대차그룹 내 '집안싸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이오닉5와 더불어 아우 격인 기아의 EV6도 잘 팔려준다면 좋겠지만, 시장 규모가 한정된 게 문제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12만1000대를 보급할 예정이며, 그중 버스와 화물차, 이륜차(오토바이)를 제외한 승용 전기차는 7만5000대 수준이다. 환경부의 보급 목표는 보조금 지급 대수를 의미한다. 보조금이 100% 지급되는 6000만원 미만 가격대에서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 물량에 맞춰 국내 공급량을 1만대만 늘려도 승용 전기차 보조금 절반 가까이(3만6500대)가 소진된다.
더욱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아이오닉5와 EV6만 있는 것도 아니다. 르노삼성은 르노로부터 유럽 최다 판매 전기차 '조에'를 들여와 판매 중이다. 한국GM은 기존 전기차 '볼트 EV'의 스포츠다목적차(SUV) 버전인 '볼트 EUV'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노사 가까스로 맨아워 합의에 성공했지만, 실제 본격적인 양산 체제로 전환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반도체 수급 문제와 한정된 정부 보조금 등의 여파로 올해 2만대 판매를 넘을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