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가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뒤 구단에서 준비한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IS포토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한국 행을 결정한 추신수(39)와 최근 연락이 닿았다. 현재 경남 창원에서 2주간 자가격리 중인 추신수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가족을 미국에 두고 홀로 KBO리그에 오게 된 두 가지 이유를 얘기했다. 추신수는 "아홉 살에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내가 가진 경험이 전부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후배들과 공유하며 한국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KBO리그 도전, 그리고 SSG 입단을 환영한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야수 중 처음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박찬호의 뒤를 이어 많은 야구팬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총 1억 3000만 달러(15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역대 한국인 선수 MLB 최고액 계약이다.
추신수는 한국 행을 택하면서 가족과 '눈물의 작별'을 했다. 가족을 모두 미국에 두고 홀로 인천공항에 상륙했다. MLB 구단의 계약 제의도 있었지만, 그는 이를 뿌리쳤다. 한국 야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그의 모습이 고맙다. 그리고 기대도 크다.
또한 추신수는 SSG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하면서 그중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기부, 모범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를 겪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 통 큰 기부를 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큰 틀에서 그의 SSG 입단은 한국 야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KBO리그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 야구가 뜨거운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열기가 점차 식는 모습이다. 특별히 한국 야구의 붐을 조성할 요소가 없었다. 추신수가 KBO리그를 부흥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KBO리그 선수와 현장 지도자 모두 과거보다 역량이 조금 떨어진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추신수가 뛰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선수들이 추신수의 모든 걸 지켜보고 따라 할 것 아닌가. 이는 KBO리그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침 SSG가 SK를 인수, 적극적으로 추신수 영입에 나섰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지난 2009년 WBC 대표팀 훈련 당시 김인식 감독이 추신수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필자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추신수와 인연이 있었다. 그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당시 그의 소속팀 클리블랜드 구단에서 트레이너를 대표팀에 파견했다. 추신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훈련을 그만 시켰으면 좋겠다'는 식의 보호를 하더라.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측이 원만하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했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에서 추신수는 낮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 홈런을 포함해 결정적인 순간 강렬한 활약을 보여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추신수와 강정호(은퇴)가 대표팀에 금메달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펄펄 날았다. 추신수는 5경기에서 타율 0.571, 3홈런, 11타점을 쓸어담았다. 당시 두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단 추신수의 굳은 각오와 결의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고척돔에서 1라운드가 열린 2017년 WBC에서도 추신수의 참가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외부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대표팀 합류가 무산된 바 있다. 2021시즌도 미국에 남을 수 있었던 추신수가 한국으로 온 이유는 '선수로서 마지막을 한국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추신수는 여전히 야구의 3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 좋은 플레이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공격에선 기존의 국내 선수들과 비교해 실력이 월등할 것이다.
추신수의 KBO리그 입성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 그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빌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