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2021년 4월 25일 개최 예정인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을 최종 목표로 할리우드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이끈 주인공 한예리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대외적으로는 작품 자체와,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거나 트로피까지 거머쥔 윤여정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 보이는 분위기지만, 한예리의 존재감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하고 A24가 투자를 진행한 할리우드 작품으로, 할리우드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스티븐 연과 함께 한국배우 윤여정·한예리가 출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개최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공식 초청작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이번 영화로 할리우드 진출에 물꼬를 튼 한예리는 극중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 1세대이자, 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실질적 가장으로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미국 정착을 꿈꾸는 남편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엄마의 딸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을 모조리 소화해냈다.
'미나리' 자신의 농장을 일구려는, 다만 몇 년이 걸릴지 확신할 수 없는 남편의 꿈을 믿고 지지하면서도, 당장 입에 풀칠하기 바쁜 가정을 위해 묵묵히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아내는, 때론 좌절하고 때론 분노하면서도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결국 신뢰를 져버리지 않는 내강외유의 정석을 풀어낸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 가장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인물. 한예리의 존재 자체가 '미나리'를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에너지다.
이에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 '올해의 위대한 연기(The Great Film Performances of 2020)' 기사에서 한예리를 조명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인상 깊은 연기, 스티븐 연과의 훌륭한 감정 호흡'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배우조합(SAG)의 주요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북미 GV에 직접 나섰던 한예리는 영화의 핵심인 '가족'에 대해 논하며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한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에 재학했지만 영상원의 뮤즈로 통하며 연기에 발을 들였고, 다수의 독립영화로 주목 받으며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진출, 단 하나로 국한되지 않는 한예리만의 분위기를 완성 중이다. 연기 뿐만 아니라 라디오 진행, 방송 MC로 활약한 것은 물론, 꾸준한 공연으로 무용수로서 재능도 발휘하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그 캐릭터에 완벽 빙의된 듯한 연기력으로 일찍이 연기파 배우 타이틀을 따냈다. '팔색조의 정석'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엔터테이너적인 면모까지 매해 매 순간 발전하고 성장하는 한예리는 '미나리'로 또 다른 신세계를 맛 볼 예정. 할리우드의 시선을 이끌 수 밖에 없는 한예리만의 분위기가, 또 '미나리'의 최종 종착지가 한예리를 어떤 길로 걷게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