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차전 3대 0 완승으로 한국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NC 양의지와 루친스키가 경기 종료후 손을 맞잡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특급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된다. 우승을 향한 가장 빠른 길인 건 틀림없지만, 특급 FA가 우승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무게감을 지닌 FA로 4명을 손꼽을 수 있겠다. NC 양의지와 KIA 최형우, 롯데 이대호, LG 김현수다. 네 선수 모두 4년 계약을 했고, 총액 100억원 이상을 받았다. 구단 발표 기준으로 연봉과 계약금을 더한 금액이 이대호 150억원, 양의지 125억원, 김현수 115억원, 최형우 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양의지와 최형우는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양의지는 NC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인 올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맹활약하며 구단 창단 첫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KIA 최형우는 이적 첫 시즌인 2017년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을 올리며 'FA 영입 효과'를 톡톡히 입증했다. 2020년 NC, 2017년 KIA 모두 두 선수(양의지·최형우)가 없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거로 본다.
이대호와 김현수도 좋은 실력을 지녔다. 그런데 왜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까? '베테랑' 이대호는 1982년생 동기들이 속속 유니폼을 벗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유지해 왔다. 김현수 역시 LG에서 3년 내내 고타율(0.331)을 기록했다.
단순히 대형 FA 선수 한 명을 영입했다고 팀 전력이 단숨에 확 올라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FA를 보조하는 선수들의 성적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NC는 올해 양의지 외에도 드류 루친스키가 19승을 올리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애런 알테어도 제 몫을 다했다. 나성범과 구창모도 힘을 보탰다. 2017년 KIA는 헥터 노에시가 20승을, 로저 버나디나가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와 FA의 활약이 잘 어우러진 것이다.
올 시즌 김현수가 몸담은 LG의 외국인 투수는 케이시 켈리와 타일러 윌슨이었다. 둘 모두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었다. 롯데 역시 댄 스트레일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수비가 돋보였지만, 공격에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LG와 롯데 모두 외국인 선수가 강하지 않았다.
올겨울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총 25명이었다. 이 중 16명이 권리 행사를 신청했다. FA 등급제가 처음 시행된다. 이대호와 최형우 등이 FA 자격을 행사하는데, 앞선 시즌보단 신청 선수들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허경민과 정수빈·최주환·오재일 등 두산 소속 선수들이 인기가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FA 시장이 얼어붙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대형 FA의 몸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향후 우승을 꿈꾸는 팀이라면 FA 영입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투자를 통해 내·외부 FA 계약이 필요하다. FA를 잘 영입하면 성적이 오를 순 있어도, 팀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외국인 선수나 국내파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