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스포츠다목적차(SUV) 가격에 중형 SUV급 실내로 인기 높았던 쌍용차 티볼리 에어가 단종된 지 1년 만에 부활했다. 티볼리 에어는 소형SUV 단점인 적재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 출시한 모델로, 한때는 월 평균 1000대 내외가 판매된 쌍용차 대표 효자차량이었다. 하지만 코란도와 차체 크기, 가격대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급감한 후 회복하지 않자 같은 해 8월 단종됐다. 티볼리 에어가 돌아온 데는 코로나19가 한몫했다. 비대면 레저인 차박(자동차+숙박)의 유행과 패밀리 SUV 선호 등 공간을 중요시한 수요 증가에 재출시가 결정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판단돼 상품성을 높여 출시를 결정했다”며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활기 있게 변화시켜 주는 동시에 내수부진을 타개할 믿음직한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1년 만에 '구원투수'로 돌아온 티볼리 에어가 위기에 닥친 쌍용차를 구할 수 있을까. 지난 14일 티볼리 에어를 타고 서울 양재에서 시작해 경기 양평까지 왕복 약 120km를 달려봤다.
차급 뛰어넘는 넉넉한 실내공간
먼저 외관을 살펴봤다. 전면부는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친 티볼리와 거의 같다. 풀 LED 헤드램프는 LED 안개등과 더불어 고급스러움과 기능성을 함께 향상시켰고,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또렷한 캐릭터라인의 후드는 스포티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측면은 코란도 투리스모에 적용된 두꺼운 C필러를 적용, 늘어난 전장에도 안정감 있는 차체 비율을 구현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티볼리 그대로다.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주변부를 채운 하이그로시 소재부터 기어봉까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차체는 살짝 커졌다. 전장 4440mm, 전폭 1795mm, 전고 1605mm로, 과거 티볼리 에어와 비교해 전장 40mm, 전폭 5mm, 전고 10mm가 늘어났다.
티볼리 에어의 매력의 내부 공간에서 나온다. 먼저 트렁크 용량이 720ℓ에 달한다. 기존 티볼리(423ℓ)는 물론 사실상 한 체급 위인 현대차 투싼(513ℓ)도 압도한다.
여행용 트렁크를 4개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2열 좌석을 접을 경우 1440ℓ까지 확대된다. 쌍용차가 티볼리 에어의 슬로건을 '마이 매직 스페이스'(My magic space)로 정한 이유다.
또 2열 좌석을 접으면 길이 180㎝, 폭 110㎝의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합리적으로 차박을 즐기려는 캠퍼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여기에 야외에서 전자기기 활용을 돕는 220V 인버터 등도 탑재했다. 이 인버터는 상시 전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운전대 좌측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220V에 전원이 들어온다.
충분한 주행성능, 가격 경쟁력도 장점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경쟁사의 소형, 준중형 SUV보다 넓어 보이는 사이드미러가 맘에 든다. 또 내비게이션 정보의 클러스터 연동은 낯선 초행길에서 수십 번 내비게이션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고를 덜어준다.
티볼리 에어는 1.5ℓ 터보 가솔린 모델로만 출시됐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6.5kg.m(1500~4000rpm)의 힘을 낸다. 여기에 신속한 응답성이 특징인 일본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주행 성능은 무난하다. 다른 브랜드의 소형 SUV처럼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누르는 데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저속으로 주행 중 들려오는 하부소음과 풍절음이 조금 거슬린다. 전작인 티볼리에서 느껴지는 소음 그대로다. 이는 대부분 소형 SUV에서 경험하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다소 아쉽긴 하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동급 차들에 비해 뛰어나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평이한 수준이다.
고속 주행성능은 뛰어나다. 시속 100km를 넘어 140km까지 거칠게 밀어붙여도 만족스러운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각종 안전 사양은 주행을 돕는다. 차선중앙유지보조(CLKA) 기능이 신규 적용되었고, 후측방에서 다가오는 물체와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긴급 제동하는 후측방 접근 충돌방지 보조 기능과 청각 경고를 통해 하차 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탑승객 하차 보조 기능도 장착되어 있다.
새로 추가된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도 인상적이다. 음성 명령을 통해 음악을 틀거나 특정한 내용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고가 나서 에어백이 켜졌을 경우 상담센터와 연결돼 상황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에어백 전개 알림 서비스도 10년 무상으로 제공된다.
연비 성능도 나쁘지 않다. 신고연비는 리터 당 12.0㎞인데, 실제로 120여 ㎞를 시승한 후 연비는 13.5㎞였다.
가격 경쟁력은 티볼리 에어의 또 다른 강점이다. A1 트림이 1890만~1920만원, A3 트림이 2170만~2200만원으로 한 단계 위급인 현대차 투싼 1.7디젤(2297만∼2503만원)이나 기아차 스포티지 1.7디젤(2253만∼2499만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