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NC 감독이 지난 4월 오른손 투수 신민혁(21)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신민혁은 최성영(23) 김영규(20)와 5선발 경쟁 중이었다. 야탑고 졸업 후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에 지명돼 지난 시즌까지 1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 스프링캠프를 통해 코칭스태프 눈도장을 찍었다. 선발 경쟁을 하는 기회까지 잡았다.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해 시즌 출발은 2군에서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군 6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29(19⅔이닝 5자책점)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240으로 안정적이었다. 압권은 볼넷. 20이닝 가깝게 소화하면서 허용한 볼넷이 딱 1개였다. 4월 이동욱 감독의 평가대로였다.
지난달 28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데뷔 첫 1군에 등록된 신민혁은 그날 속전속결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결과는 2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에서 내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구한 결과였다. 이 감독은 다음 날 "스피드(구속)가 빠르지 않았지만,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잡아나가면서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고 흡족해했다.
2일 창원 두산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신민혁은 '선발' 기회를 잡았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NC는 그 빈자리를 채울 '임시 선발'이 필요했고 신민혁이 최종 낙점됐다.
13일 사직 롯데전 선발 등판한 신민혁은 어깨가 무거웠다. 전날 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가 8실점 하며 무너져 팀 분위기가 꺾였다. 반면 롯데는 파죽지세로 6연승을 달려 상승세가 대단했다. 더욱이 롯데 선발은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었다.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신민혁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 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3㎞로 빠르지 않았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었다. 스트라이크 보더 라인에 걸치는 칼날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덤빈 롯데 타선을 돌려세웠다. 긴장이 될 법한 경기였지만 사사구가 없었다. 내보낸 주자가 적으니 실점 위기도 많지 않았다.
될성부른 떡잎에 가깝다. 신민혁은 야탑고 3학년이던 2017년 3월 고교야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권 A권역유신고전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고교야구에서 노히트 노런이 나온 건 2014년 마산용마고 김민우(현 한화) 이후 3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