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27)의 '화려한 변신'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다. 마운드 위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스타일도, 선발에서 마무리 투수로의 보직 전환도 그렇다. 그는 KBO리그를 대표할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원중은 선발 투수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00차례 등판 가운데 선발로 73경기에 나섰다.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근 3년간 20승(25패)을 올렸으나, 평균자책점은 매년 5점대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롯데는 김원중에게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난겨울 KBO리그 통산 세이브 2위 손승락이 은퇴 결정을 하기 전, 롯데는 2020년 마무리 투수로 그를 점찍었다.
김원중은 27일 기준으로 12세이브(2승1패)를 올렸다. 롯데는 8위에 그쳐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지만, 김원중은 구원 3위에 올라있다.
세부 지표를 보면 그의 활약이 더 크게 보인다. 피안타율이 0.202,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5밖에 되지 않는다. 마무리 투수에게 꼭 필요한 탈삼진 능력도 뛰어나다. 27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20개 잡았고, 볼넷은 7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정작 김원중은 "내가 몇 세이브를 기록 중인지 전혀 몰랐다. 딱히 세이브 기록을 바라보고 마운드에 오르진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김원중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는 굳이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1⅓이닝 이상 투구도 최대한 막아줬다.
김원중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 2-1로 앞선 8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9회말 안타와 볼넷으로 2사 1·2루 상황에 몰린 그는 총 33개의 공을 던진 끝에 진땀 세이브를 올렸다. 이틀 뒤 인천 SK전에서 김원중은 7-6으로 앞선 9회말 등판, 제이미 로맥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투구수 33개를 기록한 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원중은 금세 반전했다. 지난 24일과 25일 키움전에서 이틀 연속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1·12세이브를 올렸다. 김원중은 "이제는 내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이를 통해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선발로 던질 때도, 마무리로 나설 때도 항상 전력으로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면 클로저일 때 그는 더 강한 공을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3.3㎞였던 김원중의 직구 평균 시속은 올해 147.2㎞까지 올랐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섞어 구속 차이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마무리 투수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김원중은 "선발 투수는 (4~5일의 등판 간격이 있어) 승리하면 뿌듯하다. 반면 마무리는 팀 승리를 결정하는 짜릿함이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시작된 장발 열풍은 올해 KBO리그에 상륙했다. 김원중이 대표주자다. 그는 "당분간 딱히 머리카락을 자를 생각이 없다. 조금씩 커트하며 계속 관리하고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