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예능국이 나란히 트로트 소재의 예능을 론칭,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힘을 쏟고 있다.
'미스트롯'이 불을 지펴 온 나라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도 뒤늦게 합류한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을 내놓는다. 전국 팔도에서 트로트를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버라이어티 쇼로 구성되며 MBC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트로트 고수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제2의 유산슬'로 대대적인 광고를 하며 트로트 스타를 키우겠다는 다부진 계획도 있다. '라디오스타' MC까지 팔을 걷어 붙이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라디오스타' 본방송이 끝난 후 네 MC가 등장, 안영미는 "지금까지 오디션은 잊어라! 신개념 고품격 트로트 음악 방송"이라 소개했고 이지혜는 "긴가민가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지원하세요"라고 오디션 지원을 독려했다. 김국진·김구라는 "'트로트의 민족' 홈페이지에서 8월 20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합니다"고 강조했다. MBC 간판 예능인 '라디오스타' MC들까지 적극 나서서 참여를 독려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BS도 비슷한 구성의 오디션 '트롯전국체전'을 준비 중이다. '미스트롯' 제작사인 포켓돌스튜디오의 제작으로 당초 SBS에서 선보이려고 했으나 KBS 최종 편성을 확정지었다. 각 지역에 숨어있는 진주 같은 신인을 발굴해 최고의 가수와 작곡가들이 선의의 경쟁 속 새로운 트로트 신인들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이다. 멘토진의 면면이 신선하다. 트로트와는 거리가 멀지만 '국민 엄마'로 인지도가 높은 고두심을 비롯해 남진·김수희·주현미가 각 지역별 단장으로 나선다. 방송 출연 자체가 드문 고두심이 트로트 프로그램에 멘토로 나선다는 소식이 신선하지만 '트로트의 민족'과 제목만 다를 뿐 변별력이 없다. 홍보 전략도 비슷하다. '불후의 명곡'이 끝난 뒤 신동엽이 등장해 '전국트롯체전' 참여를 독려했다.
트로트 예능의 범람 시대에 두 채널의 새로운 예능이 기대감이 없는 건 과거 뼈아픈 실패를 맛 봤기 때문이다. Mnet '슈퍼스타K' 성공 이후 MBC는 재빨리 '위대한 탄생'을 내놓았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 했다. KBS도 장르를 바꿔 밴드 서바이벌인 '톱 밴드'를 제작했으나 눈길을 끌지 못 했다.
Mnet '프로듀스 101'이 히트 하자 KBS는 예능국에서 이를 갈고 '더 유닛'을 제작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남여그룹이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MBC도 지난해 '언더나인틴'을 론칭, 원더나인이란 보이그룹이 생겼고 주기마다 앨범도 내지만 반응은 고요하기만 하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이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피로감이 쌓일만큼 쌓인 이 시기에 크게 새롭지도 않은 트로트 예능은 성공 조건을 갖추기 힘들다. 정말 파격적인 캐스팅이나 구성이 아니라면 큰 빛을 보기 힘들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