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탄생시킨 세계관이 아니다.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땅이, 이 땅에서 겪고 있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강철비' 시리즈의 세계관은 곧 한반도의 숙명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이 23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작품. 남북관계를 집중 조명한 전작 '강철비'에 비해 한층 복잡한 국제 정세와 '평화'를 희망하는 한반도의 운명을 다루며 스케일을 키웠고, 영화적 재미도 더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평화 협정에 실패한 후 남북은 물론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에 대해 심도깊게 짚어낸다.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지만 양우석 감독은 영리한 속도감 조절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초반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꼭 다뤄야만 하는 정치·외교적 상황은 세심하고 꼼꼼하게, 후반 눈에 보이지 않는 해저 한 가운데서 펼치는 잠수함 전투는 빠르게 진두지휘, '영화다운 영화'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최신 근현대사를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역사적 스토리를 비롯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다양한 영화적 설정은 시각적 화려함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남북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을 모두 등판 시키는데다가 '강철비1'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일본을 한반도의 주적으로 강조, 팩트에 입각한 활용을 자랑한다. '강철비'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를 기본 배경으로 '독도'를 중심에 내세운 것도 대환영 포인트.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를 건드리며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내놓고 싶은 웰메이드 영화의 탄생이다.
양우석 감독은 "개인적인 각오이기는 한데 '변호인'이라는 작품으로 연출을 시작한 후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담당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 하는 것으로 포커스를 잡았고, '남북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시뮬레이션 해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해외 유명 석학들은 일찍부터 '한반도가 할 수 있는 것은 넷 중 하나다'고 이야기 했다. '강철비'에서 전쟁과 핵무장 담론을 다뤘다면, '강철비2'는 평화체제를 논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대로 가야하지 않겠냐'는 것에 대한 질문을 남겨봤다"고 말했다.
양우석 감독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한반도의 상황을 알린다. 캐릭터의 입을 빌려 대사로 전달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적재적소 끝맺음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양우석 감독은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소재지만 전달에 대한 명확한 목적 의식이 있었다. 영화니까 영화적 재미를 위해 나름의 해학과 풍자를 담아 보기도 했는데, 어떻게 봐 주실지 나 역시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전편의 정우성과 곽도원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북 호위총국장으로 캐릭터를 완전히 바꿔 재합류, 북 위원장 유연석, 미국 대통령 앵거스 맥페이든, 백두호 부함장 신정근, 백두호 함장 류수영 등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해 제 몫을 120% 해낸다. 정우성은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대한민국 대통령 역할을 통해 빼곡한 필모그래피에서도 눈에 띄게 각인될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고, 곽도원은 믿음직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유연석은 파격 변신으로 데뷔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의미를 더한다. 분위기를 이끄는 앵거스 맥페이든의 활약도 눈부시다.
완성된 영화 관람 후 울컥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 정우성은 "영화를 보고 벅차오르는 감정들이 있다. 우리 민족은 충분히 불행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든다"며 "새로운 희망. 평화의 바람이 크게 드는 영화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곽도원은 "단순한 '악'이 아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캐릭터로 완급 조절을 했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 작품이 영화로 완성되면 관객 분들이 과연 어떤 말씀들을 나눌까' 하는 호기심이 컸다. 여전히 같은 마음이다"고 밝혔다.
"나도 내 모습이 신기하다"고 운을 뗀 유연석은 "예고편에서 잠깐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의견이 있었는데,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느껴 주실지 궁금하다"며 "북 위원장 역할을 준비하면서 헤어스타일이나 말투, 영어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감독님, 선배님들과 많이 고민하고 상의했다. 실제 인물을 모사하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영화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눈에 보여지는 인민복과 헤어스타일을 체험 하면서 나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철비2: 정상회담'에는 전작과 연결고리를 맺는 깜짝 목소리도 등장한다. 바로 조우진이다. 양우석 감독은 "'대한민국 해군입니다'라고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조우진 목소리다. '강철비'와 '강철비2'가 상호보완적 작품이라고 했었는데, 캐스팅으로도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양우석 감독은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고 논란이 있는건 징크스이자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개인적이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교육과 외교안보는 특정 시각보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같이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러한 시국에도 많은 국가로부터 부러움 받고 있는건, 국민 여러분 개개인의 노력도 큰 영향력을 끼친 것 아닐까 싶다"며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생활 방역을 철저히 지킨다면 조금씩 일상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꼭 챙겨 극장 찾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통일'이라는 익숙하지만 전혀 단순하지 않은 목적지의 길목을 여전히 걷고 있는 한반도 한복판에서 이념과 평화체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함께 누구 한 사람의 일이자 책임이 아닌 모두의 뜻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강철비2: 정상회담'. 코로나19 시국 속 어렵게 극장을 방문하게 될 관객들에게 후회없는 작품으로 진정성 넘치는 소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