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본격적인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왔다.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사업을 중단하거나, 수주 실적도 지지부진하다. 설상가상 해외에서 들어온 우리 건설 노동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림산업은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오하이오주 당국과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8년 태국의 석유회사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 폴리에틸렌 제조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동안 1억2500만 달러(1507억7500만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장에서 대림산업 컨소시엄의 지분은 총 20억 달러(2조4000억원)다. 그러나 2026년 가동 목표로 진행됐던 사업이 코로나19 장기화와 국제유가 불안으로 인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자금 손실을 떠안게 됐다.
대림산업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사업에 손을 떼기로 했다. 또 투자금 손실을 일부 만회하기 위해 대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연초부터 해외의 모듈러 업체를 인수하며 모듈러 주택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현장의 매출 감소 영향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듈러 주택의 실적 편입 효과가 당초 계획인 8500억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입국한 우리 근로자 20명 안팎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것도 우려스럽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6일 "해외유입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은 이라크에서 온 우리 근로자 20명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라크 카르발라 현장 근무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발라 현장에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 등 한국의 4개 건설사와 하도급 협력업체 등 한국인 직원 683명이 근무하고 있다. 4개 건설사 조인트벤처(JV)는 바그다드 남쪽 120㎞ 부근에 위치한 카르발라 지역의 원유정제시설 및 부대설비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9일 외국인 근로자가 확진된 후 공사 현장을 긴급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숙소에 자가격리 조치했다. 이 중 100여 명만 15일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상황이라서 향후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해외 수주계약 건수는 올해 292건으로 전년 동기 343건보다 약 15% 감소했다. 특히 국내 건설사가 주로 나서는 플랜트 시장도 세계적으로 축소 추세다. 지난해 기준 108억 달러로 전년 184억 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체결된 굵직한 발주도 코로나19로 연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며 "공기 지연과 신규 사업의 경우도 발주처와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