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부진했으나 선발 전환 후 호투를 펼치고 있는 두산 최원준·KT 김민수. IS포토 두산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6)과 KT 정통파 김민수(28)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19시즌 KBO리그에서 부각된 투수다. 올해도 1군 전력으로 평가됐지만, 시즌 초 매우 부진했다.
최원준은 2020시즌 첫 15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64에 그쳤다. 추격조에서 패전조로 밀렸다. 김민수는 9경기 7이닝을 막는 동안 11점이나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14.14.
두 팀 감독은 막다른 골목에 선 이들에게 선발 투수의 중책을 맡겼다. 둘은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다.
최원준은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두산의 고민 5선발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의 공백을 메우던 박종기가 2경기 연속 부진한 상황이었다. 최원준은 5이닝 동안 2피안타·2볼넷·무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앞서 6월 12일 한화전에서도 대체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월 25일 SK전에서는 3회 강판된 선발 유희관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원준은 지난해에도 선발 공백을 세 차례 메운 바 있다. 이 가운데 두 번은 4이닝 이상 던지며 2점 이내로 막았다.
김민수는 6월 5일 사직 롯데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섰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 김민수가 사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롯데전에서는 3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으나, 닷새 휴식 뒤 11일 수원 KIA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후 김민수는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며 선발진에 안착했다.
지난해 최원준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0.356에 이르렀다. 올해도 불펜에서 던졌을 때 좌타자 피안타율이 0.286로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선발 두 경기에서는 0.200에 불과했다. 6월 25일 SK전에서 좌타자에게 맞은 안타는 1개뿐이었다.
최원준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0㎞ 초반이다.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지만, 슬라이더의 움직임과 제구가 수준급이다. 18일 KIA전에서 특히 좌타자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여기에 힘을 뺀 대신, 정확하게 들어간 포심도 효과를 발휘했다. 선발로 나서 긴 호흡으로 타자와 싸운 게 효과적인 투구가 가능하게 했다.
김민수의 반등 맥락도 비슷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불펜투수로 나설 땐 1점도 주지 않아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선발로 등판하는) 지금은 초반 2~3실점은 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민수는 "구원 등판 때 (계속 부진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선발로 나서며 내 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수는 지난해에도 베테랑 좌완 금민철이 부진하자 대체 선발로 뛰었다. 시즌 막판까지 선발로 11번 등판했다. 올해도 선발진 합류를 원했으나, 롱릴리버가 없는 KT의 마운드 사정 탓에 불펜에서 뛰었다. 그러다 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최원준도 내심 선발투수로 안착하길 바라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그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KIA 킬러' 유희관이 흔들린 상황에서 최원준이 18일 경기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2~6번에 포진한 KIA 좌타자 5명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