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한 한화가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일단 과감한 도전과 변화로 대대적인 혁신을 꾀한다.
한화는 지난 9일 부산 롯데전에서 3-9로 졌다. 15연패. 창단 이후 팀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KBO 리그 역대 최다(18연패) 기록도 얼마 안 남았다. 하지만 앞선 14연패와 이날의 1패는 조금 달랐다. 사령탑이 바뀌었고, 1군 엔트리 10명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최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 선발 라인업 9명 가운데 6명을 25세 이하 타자로 채웠다.
파격적인 계획은 더 있다. 선발진은 기본 6인 로테이션으로 운영하되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장민재만 고정적으로 1군 경기에 나선다. 남은 세 자리는 여섯 명의 선수가 격주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채울 예정이다. 이들이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기간에는 불펜투수를 추가로 등록해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대행은 이 외에도 팀 주요 선수들의 향후 활용법을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고 출발선에 섰다.
◇장시환은 미들맨으로 간다
한화는 부족한 국내 선발진을 충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롯데와 트레이드로 장시환(33)을 영입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6경기에 나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48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 8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선발이 아닌 롱 릴리프로 역할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다.
최 감독대행은 "현대 야구에선 선발투수가 빨리 무너졌을 때 경기 중반까지 승부를 대등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미들맨이 꼭 필요하다"며 "경험이 부족한 투수에게 미들맨을 맡기면 경기를 포기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선발 경험이 있지만 현재 선발을 맡기는 조금 어려운 선수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장시환은 선수 경력의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보내다 지난해 롯데에서 1년간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었다. 최 감독대행은 "지금 팀에서 누군가는 꼭 해줘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장시환에게도 오자마자 '미들맨과 셋업맨을 오가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권유했다"며 "열흘간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1군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우람은 8회에도 나온다
한화의 또 다른 고민 가운데 하나는 리그 정상급 소방수인 정우람(35)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기는 경기가 많지 않으니, 당연히 정우람 앞에 돌아오는 세이브 상황도 적다. 정우람은 올 시즌 7경기에 나서 4세이브만 기록하고 있다. 최 감독대행이 정우람과 면담하면서 "앞으로 한 경기에 2이닝 투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이유다.
매번 2이닝씩 던지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능하면 1이닝만 맡기는 게 최선이다. 8회 등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9회까지 아껴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 감독대행은 "정우람은 우리 불펜 최고의 투수다. 3점 이내 리드 상황에서 8회 상대 중심 타선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불펜의 에이스가 그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게 좋다"며 "먼저 다른 투수를 내보냈다가 주자를 깔아 놓고 2사 후 정우람이 올라가 1⅓이닝을 던지는 것보다는 아예 8회 시작부터 올라가 2이닝을 맡는 게 오히려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등판 간격은 철저히 관리해줄 계획이다. "1이닝씩이라면 이틀 연투도 가능하지만, 2이닝은 정우람이 전날 경기에 나가지 않았을 때만 맡길 생각이다. 또 2이닝을 던진 다음날은 무조건 경기 중 대기도 하지 않고 쉬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행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화가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주축선수 10명은 대부분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만 그 가운데 외야수 최진행(35)은 지난 5일과 6일 NC전에서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치고 타격감을 끌어 올린 뒤라 의외의 결정으로 여겨졌다.
최 감독대행은 이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아무래도 최진행은 주력이 약하고 수비도 좋지 않은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전력이 약할 때일수록 마운드 중심 운영이 필요하고, 수비가 흔들리면 초반에 무너지는 경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중반까지 타이트하게 승부를 끌고 간 뒤 후반에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나와 승부를 보는 패턴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진행은 현재 지명타자 외에 활용도가 적은 편인데, 그러기엔 지금의 타격 페이스가 다른 부분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력에서 무조건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확실하게 타격감을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최 감독대행은 "내가 2군에 있을 때 최진행이 (1군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보지 않았나. 조금 더 다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급하게 올라간 느낌이 있었다"며 "2군에서 더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고 컨디션을 조절하면 향후 지금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