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K리그1 관중석우승 팀인 전북과 FA컵 우승팀 수원이 맞붙는 2020 K리그1 공식 개막전이 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전북 이동국이 헤딩슛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있다전주=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5.08. "축구장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전세계 축구가 멈춘 상황에서 어렵게 개막한 K리그, 그 첫 경기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된 '리빙 레전드'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의 소감이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공식 개막전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2013시즌부터 8시즌 연속 개막전 무패(7승1무)를 기록했다. 개막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동국은 통산 225호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실을 찾은 이동국은 "팬들이 없는 경기를 한 게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낯설었지만 개막전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뛰었다. 결과나 승패를 떠나서 다시 축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오랜만에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기한 개막이 연기됐던 K리그는 이날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일정을 진행한다.
결승골 세리머니로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보여준 이동국은 "힘든 시국에 의료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리머니를 했다"며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선수가 넣더라도 의미있는 세리머니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K리그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무관중 경기는 물론, 경기 전후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스킨십을 지양하며 물병도 각자 번호를 적어 개인별로 사용해야 한다. 이동국은 "세리머니를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래도 축구의 꽃은 골 넣고 세리머니하는 것이다보니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얘기하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팀에서 모여서 훈련하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 우리의 문화, 의식적 수준이 있어 이렇게 빨리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고, 선수들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리그는 전세계 36개국에 중계권이 판매되면서, 축구가 멈춘 세상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축구종가'로 불리는 영국은 공영방송 BBC가 전북과 수원의 개막전을 실시간 문자중계로 서비스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BBC는 이 경기에 전 미들스브러 출신 이동국이 뛴다는 사실을 SNS 등을 홍보했고 이에 미들스브러 팬이 이동국의 유니폼을 12년 만에 '인증'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자신을 보게 된 영국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는 질문을 받은 이동국은 멋쩍게 웃었다. "영국팬들은 많이 없을 것 같다"고 농담 섞어 대답한 이동국은 "그 분들에게 '생존신고'를 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시작 전에 세계적으로 관심 많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K리그가 어느 정도 상위리그 수준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동국은 "경기를 뛰어보니까 팬이 없는 축구경기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팬들이 많이 그리운 시간이었다"며 "우리를 응원해주고 함께 호흡하는 팬들이 있어야만 더 힘이 나서 경기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돼서 하루빨리 팬들의 응원 속에서 뛰고 싶다"고 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