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세계적으로 169만 명에 육박한 12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베이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킥오프 휘슬 소리가 울렸다. 대만프로축구 정규리그인 타이완 프리미어리그(TFPL)의 축구 시즌이 시작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축구가 개막한 건 타지키스탄과 벨라루스, 니카라과, 부룬디에 이어 대만이 다섯 번째다. 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코로나 19를 아예 무시한 리그 강행의 측면이 있다.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범적으로 진행된 나라중 가장 먼저 리그를 조심스럽게 연 나라로선 대만이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TFPL은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난 등 4개 도시에서 열린 개막전 중 단 한 경기를 중계했는데,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3연속 챔피언을 차지했던 다퉁FC와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자 라이벌격인 타이파워FC의 경기가 그 대상으로 선택됐다.
SNS를 통해 대만 프로축구리그 중계 소식을 전한 축구팬들. SNS 캡처 코로나19로 인해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는 물론 각 나라의 프로리그들도 대부분 멈춰버린 상황에서 대만 프로축구 개막 소식은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퉁-타이파워전이 시작한 건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 축구 없는 일요일 오후를 보내던 축구팬들은 '좌표'를 공유했다. 대만축구협회(CTF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는 다퉁-타이파워전을 볼 수 있는 링크 주소였다. 축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 축구팬들이 하나 둘씩 채널에 입장했고, 시청자 수는 쑥쑥 올라갔다.
K리그 팬들만 다퉁-타이파워전을 찾은 건 아니었다. 대화창에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아랍어, 독일어, 폴란드어까지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이 범람했다. 트위터 등 글로벌 SNS 서비스를 통해 '축구 생중계'를 찾아온 사람들이 다퉁-타이파워전을 지켜보며 각자의 모국어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전반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1천 명 단위까지 올라가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지만, 전세계에서 모여든 1천여 명의 축구팬들이 온라인 '집관'으로 빈 자리를 채운 셈이었다.
사진=CTFA 유튜브 중계 캡처 야구에 비해 인기가 덜한 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38위에 불과해 아시아 내에서도 축구 약체로 평가 받는 대만 축구에 이런 관심이 쏠린 건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저 축구가 보고 싶어서, 낯선 대만 프로축구리그 생중계까지 찾아내 90분을 즐긴 축구팬들의 목마름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이날 두 팀은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리샹웨이의 결승골을 포함, 후반에만 4골을 기록하며 난타전을 펼쳤고, 타이파워가 3-2 역전승으로 경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