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롯데에서 방출된 뒤 한동안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잠시 야구가 아닌 다른 길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를 생각하던 순간 한화에서 "함께 뛰자"는 연락이 왔다. 다시 한 번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도전해 보자'는 의욕이 생겼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그는 수많은 동료들과 외야 주전 경쟁을 펼쳤고, 한용덕 한화 감독의 지시에 따라 1루 수비 훈련도 소화했다.
처음으로 외야가 아닌 내야에서 타구를 받았고, 그 탓에 손바닥 곳곳에 큼직한 멍이 들기도 했지만, 결코 김문호에게는 비관적인 신호가 아니다. 어떻게든 김문호를 요긴한 전력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감독의 의중이 담긴 변화다. 그는 "지금 나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어떻게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이젠 벌써 한화 선수라는 느낌이 든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4년간 롯데에서만 뛰다 팀을 옮겼다. 한화에 적응은 끝났나.
"다들 정말 편하게 잘 대해주셔서 이제 벌써 한화 선수가 된 느낌이다. 특히 올해는 외부에서 새로 팀에 온 선수들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같이 밥도 많이 먹고 얘기도 많이 하면서 편하게 지난다. 오랫동안 이 팀에 있었던 것 같다."
-한화에서 입단 제의가 올 때까지 많이 불안했을 텐데.
"연락을 늦게 받았으니 아무래도 그랬다. 처음에는 '어느 팀이든 가면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소식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운동을 계속 하면서도 속으로는 제 2의 인생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감사하게도 한화에서 연락을 주시고 1군 캠프까지 같이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1루수로 변신할 준비도 열심히 했다.
"1루는 거의 처음하다시피 하는 포지션이라 훈련 때 연습량도 늘리고 최대한 기본부터 집중하려고 했다. 내가 지금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외야는 기본적으로 해왔던 게 있으니 시즌 전에 훈련을 조금 덜 한다고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1루에 중심을 두고 시즌을 준비해야 나중에 나가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외야 주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니, 1루 수비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선수로서 내게는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외야 한 자리만 노리고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1루까지 해놓으면 나중에 다른 좋은 기회가 더 생길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1루 수비는 어렵지 않나. 이제 왼손 타자들이 많아져서 강습 타구도 많이 날아가는 자리인데.
"일단 재미는 있다. 아무래도 다른 야수들보다 1루수가 편하고 쉬울 거라는 생각을 다들 많이 하는데, 막상 해보면 그렇지는 않고 역동적인 부분도 많다. 아직은 적응 단계라 어려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 캠프 초반에는 공에 맞기도 했다. 아무래도 외야에서는 타구가 날아오는 속도에 여유가 있으니 낙구 지점으로 잘 달려가면 되는데, 1루에선 (타석과 거리가 짧다보니) 순발력을 요하는 타구가 많아 조금 애를 먹고 있다. 또 가까이에서 날아오는 송구를 계속 받다 보니 처음으로 손바닥에 멍이 많이 들더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런 게 나중에 다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따로 계획한 목표가 있을까.
"확실히 주전을 굳힌 상태가 아니라 새 팀에서 또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일단 개막 전까지 최대한 내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고, 판단은 코칭스태프께 맡기고 싶다. 최대한 1군 야구장에서 팬들께 내가 뛰는 모습을 많이 보여 드리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전체적으로 감은 나쁘지 않은데 (시범경기와 팀간 연습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떨어져 있는 경기 감각을 좀 더 끌어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도 들 것 같다.
"이건 롯데 때부터 항상 얘기다. 늘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뛴다. 아무래도 프로에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 숙명이다. 한화에서도 똑같다. 내가 후회 없이 뛰고,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다. 대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게 내 몫이다."
-간절함 못지않게 설렘도 큰가.
"늘 원정으로만 오던 대전에서 3루가 아닌 1루 더그아웃을 쓰게 되니 색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워낙 한화 팬분들이 부산 팬분들만큼 열정적이시기 때문에, 내가 잘하면 그만큼 많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