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역풍을 예상했지만 나섰다. 정지영 감독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반독과점영대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부산영화협동조합 황의환 대표·독립영화협의회 낭희섭 대표·C.C.K픽쳐스 최순식 대표·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안병호·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이은·반독과점영대위 운영위원 권영락·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 배장수 등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영 감독이 이 기자회견의 '얼굴' 격이 되면서 그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의 개봉으로 인해 '블랙머니'의 스크린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영화시장 전반의 독과점을 지적했다.
먼저 정 감독은 왜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블랙머니' 제작진이 이 자리에 나가지 않았으면 하더라. 비난 댓글이 올라온다고 하더라.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는 그는 "하지만 왜 역풍을 맞았나.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가서 역풍이 잘못됐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모른다. '겨울왕국2'를 많이들 보고 싶어하니 극장이 많은 관을 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블랙머니'에 관을 많이 안 열어준다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생각하더라. 이걸 해명해야 한다"면서 "21일 '블랙머니' 좌석수가 30만으로 줄었다. 스코어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줄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불공정한 시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모르니까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반독과점영대위의 입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영화 독점 논란에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외화 개봉에 맞춰 이같은 기자회견을 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 반독과점영대위는 입장문에 '기생충'과 '극한직업' 등의 한국영화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비판을 피해나갔다.
이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 개봉 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하니, '외화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댓글이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한국영화 독과점 논란 당시에는 기자회견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들은 동료 영화인들이다. 이제야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 정지영 감독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아티스트이기도 하면서 대중과 소통에 능한 사람이다. 흥행 대박을 짐작했다. 그때 또, 스크린 독점 예감이 왔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친분이 있어서 문자를 보냈다. '축하한다. 하지만 '기생충' 상영이 스크린 3분의 1을 넘지 않게 해달라. 모범이 돼 준다면 한국 영화계가 박수 치고 정책 당국이 깨달을 것이다"라고 했다. 봉 감독이 '배급사의 일에 관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 죄송하다. 50% 이상 안 넘게 노력해보겠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제도적으로 개선되면 좋겠다'는 답이 왔다. 이후 소통은 못 했다. 봉준호 감독은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일에 슬퍼했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미안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반독과점영대위 입장 전문.
"영화법 개정, 규제와 지원 정책 병행하라"
지난 11월 2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또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0%)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처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은 올해의 작품은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이 대표적입니다. '엔드게임'의 경우 무려 80.9%(상영점유율), 85.0%(좌석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2017년 11월에 발족한 이래 서울영상미디어센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회 등에서 영화 향유궈 다양성 증진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수차례 개최하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를 향해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바람직한 정책 수립 시행을 촉구해왔습니다.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 배급사와 극장은 의당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프라으의 경우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느 CNC(국립영화센터)는 영화법과 협약에 의거, 강력한 규제 지원 정책을 영화산업 제 분야에 걸쳐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최다 스크린은 4개이며, 11~23개 스크린에서는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CNC의 규제 지원 정책에 기인합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일부 특정 영화들이 나머지 대부분의 영화들을 압사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승자독식 약육강식이 당연한 것이라면 우리들의 삶과 우리네 세상만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진정 그런 것일까요. 시장이 건강한 기능을 상실해갈 때 국회와 정부는 마땅히 개입해야만 합니다.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프랑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합니다.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실질적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