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영업시간 다변화에 나섰다. 기존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에서 벗어나 오후 5시, 늦게까지는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이른바 '탄력점포' 운영이다.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영업점 수를 줄이는 대신 탄력점포를 늘려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의 탄력점포는 2017년 말 673곳에서 지난해 말 733곳으로 증가했다.
탄력점포는 은행의 일반적인 영업시간(평일 오전 9시~오후 4시)과 달리 운영되는 점포로, 관공서 소재 점포나 환전센터,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 상가·오피스 인근 점포,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 등이 있다. 관공서 소재 점포가 453곳으로 가장 많고,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133곳), 상가·사무실 인근 점포(87곳),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40곳), 환전센터(20곳) 순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내달 5일부터 신한은행 광화문·분당중앙금융센터·가양역기업금융센터·가양역·목포대학교 지점 등 5개 점포에서 오후 5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래 패턴에 맞춰 영업시간을 다르게 운영하는 ‘굿 타임 뱅크(Good Time Bank)’를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이들 점포는 4시 이후 고객들의 영업점 방문 요청이 많은 영업점이었다.
현재 신한은행은 관공서·병원 등에 소재한 점포 및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110개의 탄력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시간 변경을 통해 은행 방문 시간에 제약이 있었던 고객들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지역별 고객의 은행 방문 시간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다양한 운영시간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영업점 운영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력점포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2017년 12월 ‘KB 와이즈(Wise) 근무제’를 도입했다. 와이즈 근무제는 ‘9 to 7 뱅크’와 ‘애프터 뱅크’ 두 가지로 운영된다. 9 to 7 뱅크는 영업 종료 시각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7시로 늦추되 근무를 2교대로 한다. 애프터 뱅크는 영업 여건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형태로 근무시간은 9시간(휴게 시간 1시간 포함)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로써 국민은행의 탄력점포는 오전 9시~오후 7시(17개점), 오전 10시~오후 5시(22개점), 오전 11시~오후 6시(4개점), 오후 12시~오후 7시(2개점)로 운영된다.
관공사 소재 점포까지 더하면 지방지자체 금고를 다수 유치한 농협은행이 6월 말 기준 관공서 247개, 상가·사무실 13개 등 260개 탄력점포를 운영해 가장 많다.
KEB하나은행은 총 21개 탄력점포(일요 송금센터 3개 미포함)를 운영 중이다.
금융당국도 탄력점포 개설을 장려하고 있어 앞으로 은행권 탄력점포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에서 올해 탄력점포를 986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 같은 시도는 직장인 밀집 오피스 또는 주거 지역에 직장인 문화와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고객이 찾지 않는 점포를 줄이는 대신 해당 지역의 수요에 맞는 탄력점포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