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자 LPGA 수석 부회장(왼쪽)과 이영미 부회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따른 출현으로 해마다 판이 커진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29개 대회에 총상금 226억원이 걸린 역대 최대 규모의 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 비해 1개 대회, 총상금 2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양적인 면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KLPGA는 행정적인 면에서도 세계 3대 투어로 손색없을까? KLPGA는 3월 김상열 회장 주도로 수석 부회장을 비롯해 부회장과 전무이사 등을 대의원 선거제에서 회장 임명제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김 회장은 그 배경을 “독재와 파벌을 막고 협회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수장이 반발을 무릅쓰고 임원진 선출 시스템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독재와 파벌’이라는 난맥상은 어느 정도이길래 고육지책을 단행했을까. 일간스포츠는 21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1978년 네 명의 프로로 설립된 KLPGA가 무소불위 이익 단체로 성장하기까지 그 지리멸렬한 난맥상을 짚어 본다.
KLPGA에는 회장 아래로 3명의 부회장이 있다. 상근직 수석 부회장·부회장·외부 인사 출신인 부회장 등 3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KLPGA 강춘자(63) 수석 부회장과 이영미(56) 부회장은 끊임없는 구설을 낳는 장본인들이다.
강춘자 수석 부회장은 여자 프로골퍼 1호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78년 프로로 데뷔해 통산 10승을 거둔 뒤 1992년 KLPGA 전무이사로 부임해 28년째 장기 집권해 왔다.
강 수석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적어도 3번이나 협회 임원직에서 물러나고 복귀하기를 반복해 왔다. 1990년대 후반 협회 돈 10억원가량이 주식으로 모두 날아가 버린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이내 복귀했다. 1998년 제5대 이관식 회장이 취임했을 때도 물러났다가 얼마 안 가 다시 돌아왔고, 2011년 선종구 제10대 회장이 사퇴했을 때도 회원들 요구로 잠시 물러났다.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던 상황 속에서 그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장기 집권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8년 제1차 KLPGA 이사회에서 의결된 ‘임원 연임 및 중임 조항’에 따르면, "임원은 중임 또는 연임으로 8년 이상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강 수석 부회장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부회장,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수석 부회장을 한 뒤 2016년에는 ‘임원 임기’가 정관에 명시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는 논리로 다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당시 적지 않은 대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강 수석 부회장은 반대편에 섰던 이사와 감사들을 모두 정리한 뒤 연임해 성공했고, 30대 어린 이사들로 집행부를 구성했다.
이영미 부회장도 끝없는 자질 논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부회장은 2013년 강원도 센추리21CC에서 열린 시니어투어 4차전에서 경기위원을 상대로 욕설을 퍼부어 비난받았다. 11번홀에서 티샷이 좌측 해저드 라인에 빠지자 경기위원을 불러 말뚝을 똑바로 박지 않았다며 욕설을 했다. 골프 규칙 26조 1항에 따르면, 그런 경우 벌타를 받고 드롭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볼을 다시 레이업하면서 경기위원에게 욕설한 것도 모자라 웨지를 경기위원의 얼굴에 들이대고 위협하는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상벌위원회에 올라갔다가 유야무야됐다. 협회 관계자들은 ‘이사는 징계할 수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규정을 이유로 댔고, 당시 사건은 지금까지 오점으로 남아 있다.
이런 파행을 벌이고도 진원지인 강 수석 부회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 질타받고 있다. 회장은 수십 년간 바뀌어도 부회장은 그대로. 임원진의 목줄과 방송사 중계권을 손에 쥐고, 절묘하게 '정치적' 행보를 꾸준히 보여 왔다. 협회 수장(김상열)을 보좌하는 자리인지, KLPGA의 이권 수호를 위해 자리를 지켜 온 것인지 의문시되는 이유다.
강 수석 부회장은 올해 초 열린 정기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두고 회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높자 "협회 집행임원 자리에 대한 사심은 없다.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면 회장이 임명해도 (수석 부회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편법과 파행 속에 '장기 집권 체제'를 굳혀 온 '선배'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