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개화기 시절의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그때의 복식을 차려입고, 당시의 먹거리를 즐기며 과거를 여행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새것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Newtro·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복고)’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개화기 시절로 여행은 더욱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젊은 세대에 즐길거리가 된 1900년대 낭만. 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롯데월드와 선샤인랜드다.
봄꽃과 복고를 한 번에, ‘롯데월드’
꽃피는 시기, ‘개화기’에 떠나는 시간 여행을 컨셉트로 롯데월드에서는 6월 23일까지 봄 시즌 축제가 열린다.
롯데월드에 들어서자마자 지지 않는 꽃이 만발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따뜻해진 햇볕에 삼삼오오 놀이동산을 찾은 학생들은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하지만 화사한 봄꽃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이번 봄 축제 ‘개화기’의 메인 이벤트는 역시 과거로 시간 여행이다.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로 향하는 입구 근처에 위치한 ‘픽시매직 살롱’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옷들을 빌릴 수 있다. 여성 옷은 원피스 혹은 투피스, 남성 옷은 양복이 준비돼 있는데, 지금 옷들과 비교하면 태나 분위기가 딴판이다.
모자와 당시에 끼던 망사 장갑·레이스 양산이나 부채 등 액세서리도 대여해 준다. 추가 금액이 붙지만 복식만 갖췄을 때보다 훨씬 개화기 분위기가 살아나니, 함께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 신발은 대여해 주지 않으니 느낌을 더욱 배가하려면 미리 맞는 구두나 단화를 착용하고 가는 것도 좋다.
옷차림을 완성했다면, 이제 매직 아일랜드로 나가야 한다. 매직 아일랜드는 메인 브리지부터 매직 캐슬까지 뉴트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과거 서울 거리로 꾸며 있다. 옷까지 갖췄으니 지금부터가 진정한 '타임슬립'이다.
한복집 ‘돌마리포목점’ 가배집(카페) ‘호수 가배’ 음반점 ‘락천 레코드’ 양장점 ‘모던 부티크’ 등 빈티지 상점들이 매직 캐슬까지 이어져 있고, 그 앞은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외에도 전차·인력거와 정류소 등 옛 느낌을 재현한 메인 브리지 ‘캐슬로(路)’는 거리 그 자체가 이색 포토 존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호텔로 탈바꿈한 매직 아일랜드의 상징인 ‘매직 캐슬’이다. 내부를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해 잠실에 최초로 지은 서양식 호텔 컨셉트의 ‘호텔 캐슬’로 재탄생했다. 고풍스러운 ‘호텔 캐슬’은 1층은 컨시어지 데스크가 있는 로비, 2층은 테마 객실, 3층은 라운지 바로 조성됐다.
샹들리에와 화려한 커튼으로 럭셔리하게 꾸민 1층은 기마상 데스크, 당시 시대상과 ‘호텔 캐슬’의 역사를 보여 주는 사진 등 다양한 전시 관람까지 가능한 리셉션이다. 2층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응접실, 화려한 꽃 무늬 벽지와 화장대가 놓인 객실,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이 보이는 테라스까지 알차게 구성했다.
앤티크 의상을 차려입고 3층 라운지 바를 방문하면, 당대 한양의 음주 문화를 즐겨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라운지 바에는 술이 없다. 이곳은 ‘가배(커피)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직 아일랜드 주요 놀이 시설과 식음점·상품점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바꿔 조선 시대 옛 감성을 불어넣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는 범퍼카는 ‘박치기쾅쾅’ 귀신의 집은 ‘고슷흐 하우스 귀신-댁’ 롯데월드의 대표 어트랙션인 자이로드롭은 ‘벼랑 끝 의자’다.
이외에도 미숫가루 슬러시와 김치전 등 당시 느낌을 한껏 살린 식음 메뉴도 매직 아일랜드에서 시간 여행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들어 준다. 시대극 주인공이 돼 볼까, ‘선샤인랜드’
다음은 논산에 위치한 ‘선샤인랜드’다. 배우 이병헌·김태리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유명세를 타며 관광지로 거듭난 이곳은 글로벌 한류 팬들이 일부러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부지만 1만7830㎡(약 6000평)에 달한다. 여기에 근대 양식의 건축물 5동을 비롯, 와가(기와집) 19동·초가 4동·적산가옥 9동 등 1900년대 초반 개화기 한성의 풍물이 그럴싸하게 재현돼 있어 시대 분위기에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했던 세트장이 가장 인기다. 극 중 김태리(고애신)와 이병헌(유진 초이)이 자주 마주치던 다리 아랫길에 나 있는 전찻길, 고애신의 저택, 김민정(쿠도 히나)이 운영하던 호텔 글로리, 추노꾼들이 문을 연 전당포 ‘해드리오’ 등 드라마 명장면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으며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인기가 있는 곳은 ‘호텔 글로리’다. 드라마 촬영 장소이자 선샤인랜드의 시작인 ‘선샤인 스튜디오’는 호텔 글로리부터 시작이다. 내부에는 김민정이 입었던 화려한 드레스와 이병헌·김태리가 주고받았던 뮤직 박스 등 볼거리가 전시돼 있다.
2층에는 가배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또 이병헌이 묵었던 304호 방의 테라스에서는 세트장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병헌이 일하던 집무실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화려한 장식과 이병헌이 앉았던 책상, 사용하던 집기들까지 온통 신기한 것투성이다.
이외에도 극 중 ‘구동매’ 집과 일식이와 춘식이의 전당포 ‘해드리오’ 한약방, 제물포 거리 등 지나가는 거리마다 드라마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 역시 의상을 대여해 직접 입어 볼 수 있다. 고애신이 입었던 양장과 쿠도 히나의 드레스를 입으면 너도나도 주인공이 된다. 복식을 갖추고 세트장에서 드라마 속 장면을 재연해 보는 것도 재미다.
선샤인 스튜디오 옆에는 1950년대 을지로 모습을 재현해 놓은 세트장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과는 다른 분위기다. 전쟁 직후의 삶과 애환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곳은 국밥집·극장·약국·술집 등 우리 주변 장소들이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꾸며 있다.
이외에도 서바이벌 체험관에서는 BB탄을 사용해 더욱 실감 나는 음향과 함께 시가지에서 실제 전투를 벌이는 듯한 체험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