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차태현이 하차를 택했다. 정준영 사태로부터 시작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위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차태현은 내기 골프 논란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1박 2일' 하차를 발표했다. 차태현은 소속사를 통해 "보도에 나온 것처럼 해외에서 골프를 친 것은 아니고 국내에서 저희끼리 재미로 게임이라 생각하고 쳤던 것이고 돈은 그 당시에 바로 다시 돌려줬다. 저희끼리 재미삼아 했던 행동이지만, 그런 내용을 단체방에 올린 저의 모습을 보게되어 너무나 부끄럽다"며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1박 2일'이 위기에 빠진 것은 지난 11일부터였다. 멤버 정준영이 빅뱅 승리가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자신이 직접 촬영한 불법 영상을 유포했다는 보도가 첫 등장했다. 정준영은 3년 전에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자숙 3개월 만에 '1박 2일'을 통해 복귀한 바 있다. 정준영이 비슷한 죄질로 다시 문제를 일으키자, 과거 정준영의 일탈을 가볍게 여겼던 '1박 2일' 제작진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당시 '1박 2일' 측은 정준영의 출연을 중단시키고 최대한 편집하며 방송을 이어나가려 했다. 게다가 당장 녹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정상 방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지난 15일 오전 정준영을 제외한 멤버가 참석한 가운데 녹화를 강행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 전인 15일 오후 방송 및 제작 중단을 선언,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특히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16일 김준호와 차태현의 내기 골프 논란이 보도됐다. 이는 정준영이 경찰에 제출한 휴대전화 속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확인됐다. "단 2시간 만에 돈벼락""거의 신고하면 쇠고랑이다" "오늘 준호 형 260 땄다. 난 225" 등의 대화가 오갔다.
현재 제작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그런 가운데 정준영이 빠지고 차태현마저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김준호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넘어가기 힘든 상황.
지난 2007년 첫 방송된 '1박 2일'은 무려 12년간이나 시청자를 웃음 짓게 만든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견고했던 '1박 2일'의 세계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