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중국은 역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고,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공한증의 시작을 알린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차붐'이었다.
이후 중국은 공한증에 떨었고, 한국의 '중국 킬러'를 두려워했다. 한국의 간판 공격수들이 보란 듯이 중국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차붐 이후 중국전 최다골(4골) 이태호가 있었고, 날쌘돌이 서정원도 3골이나 터뜨렸다. '야생마' 김주성,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 현대) 그리고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FC 서울)까지 한국의 대표 공격수는 중국 킬러를 거쳐갔다.
지금 한국 축구는 '새로운' 중국 킬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냐얀 스타디움에서 2019 UAE 아시안컵 C조 3차전 중국과 일전을 치른다. 조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골이 필요하다.
새로운 중국 킬러 후보자는 많다. '빛의조'가 중국 골문을 조준하고 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지난해부터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황의조는 지난해 6월 이후 소속팀과 아시안게임, A매치 등을 통틀어 28경기 25골의 경이적인 골 레이스를 펼쳤다.
차범근으로 시작해 박주영까지 이어지는 한국 간판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 받고 있다.
황의조는 필리핀과 C조 1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서는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골대를 2번이나 맞추면서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황의조는 이번이 중국전 첫 출전이다. 중국 데뷔전에서 중국 킬러의 이름표를 달고자 하는 것이다.
황의조는 "언제나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중국전에서는 꼭 골을 기록하고 싶다"며 "중국 분석을 잘 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중국전에 승리해서 조 1위로 16강에 가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토트넘)을 빼놓을 수 없다. 자타공인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자 '아시아 넘버원' 선수다. 토트넘에서 살인정을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해 중국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공격 축구를 선언했기에, 후반 손흥민이 투입을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도 지금까지 중국전 골이 없다. 손흥민 역시 중국전 데뷔골로 중국 킬러의 후예로 이름을 새기려 한다.
이외에도 부활을 알린 '블루 드래곤' 이청용, 지난 경기의 부진을 씻고자 모든 것을 건 '황소' 황희찬(함부르크) 등이 중국 킬러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새로운 중국 킬러는 새로운 공한증의 시작을 알려야 한다. 한국에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에게도 공한증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