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핸드볼이 3대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프랑스는 세계 최강팀으로 평가된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덴마크와 독일은 핸드볼의 발상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도 다수 배출했다.
한국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선전했을 때나 반짝 관심을 받았다. 선수도 많지 않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과를 냈다. 헝그리 정신을 앞세워 유럽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돌아보자. 한국 핸드볼이 세계 무대에 강한 인상을 심어 준 계기는 1984년에 여린 LA 올림픽이다. 은메달을 획득했다. 4년 뒤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는 여자 핸드볼이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도 이뤘다. 남자 핸드볼도 은메달을 차지했다. 기적으로 여겨질 만큼 큰 성과였다.
이후 여자 핸드볼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명승부를 끝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딛고 20년 동안 세계 강호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결과와 뒷이야기는 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로 제작되며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현재 한국 핸드볼은 국제 대회에서 유럽 핸드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핸드볼이 강한 이유는 클럽팀이 많고 경기도 많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남자는 28개팀, 여자 22개팀이 참가한다, 국가별 랭킹 포인트에 따라 이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팀의 수가 정해진다. 최대 3팀이 참가하는 국가도 있다. 결승전인 파이널4는 매년 독일 쾰른(남자부), 헝가리 부다페스트(여자부)에서 개최된다.
선수들은 최고의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며 실력이 향상된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선수를 자주 볼 수 있다. 유럽 핸드볼의 최대 장점은 어릴 때부터 큰 무대와 선진 핸드볼 문화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즐기는 법도 알고 있다. 물론 스스로 몸관리에 매진하며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려는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도 뛰어나다. 구단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성과와 실력에 맞는 연봉 지급으로 선수 사기를 높이고,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선수를 스카우트 리스트에 올려놓고 주시한다.
처우도 좋다. 유럽 리그에선 선수들에게 하우스 및 자동차를 기본으로 제공해 준다. 인기 클럽은 광고 수익도 많기 때문에 지원되는 물품도 많다. 생활 편의도 뛰어나다. 체육관, 외부 그라운드, 물리치료실, 라커룸, 샤워실, 사우나, 식당, 매점, 기숙사까지 이동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문화 생활까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스템에서 생활한다.
선수 기량 향상을 돕고 시즌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도 많다. 감독뿐 아니라 1코치, 2부 코치, 웨이트트레이닝 코치, 체력 전문 코치, 밸런스 코치 그리고 전력분석원이 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 있다. 선수의 몸 상태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팀마다 물리치료사, 트레이너, 지정 의사가 있다. 심리 관리도 이뤄진다. 효과적인 휴식을 위해 레저, 휴식 프로그램을 계획해 제공한다. 선수뿐 아니라 선수 가족, 친구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팀워크 향상과 심리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의 핸드볼리그는 유럽에 비해 열악하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종목의 발전, 저변 확대를 위해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선진 유럽 리그를 벤치마킹 했고, 6개월 동안 장기 레이스 체제도 도입됐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은 탓에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고충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수층이 두터워진다면 유럽 핸드볼에 버금가는 대표팀 전력을 구축하고, 20~30년 전에 세계를 호령했던 모습을 재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국내 유일 핸드볼 전용 구장인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
인프라도 비교가 어렵다. 전용구장은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뿐이다. 전력분석원을 두는 팀도 많지 않다. 누적 피로를 풀 수 있는 여건도 열악하고 물리치료실를 구비한 팀도 없다. 몸관리에 어려움을 겪느다. 부상도 잦다.
국가대표팀은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의 후원 덕분에 유럽 클럽팀처럼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의무위원회를 발족했고 전용 지정 병원에서의 진료도 가능하다. 전력분석원, 물리치료사, 팀 닥터도 있다. 경기력 향상과 동기부여를 위해 포상금도 상향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대회 때 메달 획득을 겨냥한다.
리그까지 확대돼야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눈앞의 승리만 중요한 게 아니다. 선진 핸드볼을 배우고 느끼며 더 큰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유럽 클럽팀은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평과되는 보상 시스템 탓에 매우 예민해지는 선수가 많다. 스트레스가 커지면 이기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핸드볼을 한다. 개인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거나 불평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능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반영해 팀워크를 만든다. 한국 핸드볼만의 전통과 개성을 살리면서도 시스템, 인프라 등 유럽 핸드볼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은 변화 의지가 중요하다. 배우고 연구하며 발전하는 핸드볼의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