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선녀전'은 완성도는 낮았지만 원작이 가진 힘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25일 방송된 tvN 월화극 '계룡선녀전' 최종회에서는 선계에서 1년 만에 돌아온 문채원(선옥남)에게 서지훈(김금)이 청혼했다. 문채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700년 만에 다시 혼인했다. 윤현민(정이현)은 과거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했고, 문채원과 서지훈, 소희정(정이현 모) 등 자기가 미워했던 사람들을 모두 용서했다.
1회부터 지적된 컴퓨터 그래픽(CG)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고양이나 사슴, 점돌이 등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선녀인 문채원이 비를 안 맞는다는 걸 표현한 파란 띠는 누구도 윤현민이 대사로 설명하기 전까진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중후반부에는 배우의 얼굴이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화면이 어두운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여름부터 찍기 시작한 사전 제작 드라마인데 영상미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것부터 충족하지 못했다.
세 선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얽히고설킨 인연의 실타래가 흥미를 유발했다. 문채원의 남편은 서지훈이었지만, '계룡선녀전'의 남자주인공은 윤현민이었다. 악몽에 시달린 이유는 가장 먼 전생에 버려진 기억 때문이었다. 윤현민은 윤소이(거문성 이지)일 때도 사슴일 때도 복수심에 사로잡혀 남을 해쳤다. 하지만 모두가 윤현민을 외면할 때 서지훈이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다는 걸 알았고, 윤현민은 용서와 속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이는 오롯이 원작 스토리가 가진 힘이다. 윤현민이 떠오르는 기억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문채원이 갈팡질팡하는 심리를 길게 각색한 점에 대해 오히려 원작 독자는 물론 원작을 안 본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출과 각색은 아쉬웠지만 문채원과 윤현민, 서지훈은 캐릭터를 잘 녹여냈다. 문채원은 선옥남에 대한 해석이 처음부터 안정적이었고 독특한 말투도 찰떡같이 소화했다. 순수하고 속 깊지만, 진짜 남편을 못 알아볼 땐 답답한 여러가지 면모를 그려냈다. 윤현민은 초반에 너무 가벼운 연기로 지적받긴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점점 믿게 되는 논리주의자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계룡선녀전'의 진짜 승자는 서지훈이다. '시그널' '솔로몬의 위증' 등에서 나쁘거나 차가운 역할을 주로 맡았던 서지훈은 순박하고 여린 김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문채원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매력을 잘 표현해 이를 본인의 강점으로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