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며 구매 주기가 짧은 케이푸드(K-FOOD)의 경우 매출 상승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박카스에 맥주까지… '박항서' 특수 19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외식·식음료 업체들은 최근 '박항서 효과'로 한층 높아진 K푸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난 15일 굽네치킨 호찌민 1호 점은 매출이 전주에 비해 120% 상승했다.
굽네치킨은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진출에 힘입어 지난달 16일 베트남 호찌민에 첫 매장인 '호찌민 1호 점'을 오픈했다. 호찌민 1호 점은 오피스, 주택가 주요 중심지인 3군에 위치해 있다. 매장 인근에는 호찌민 현지 은행과 사무실 등 오피스 밀집 상권이 형성돼 있어 직장인 고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회 기간 굽네치킨은 매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고객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결승전이 열린 지난 주말에 한국 교민과 현지인이 어우러져 '치맥'을 즐기며 응원을 펼치는 풍경이 연출됐다는 것이 굽네치킨의 설명이다.
동아제약에서 판매하는 자양 강장제 '박카스'는 박 감독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급부상했다.
사실 동아제약은 앞서 2000년대 초반 베트남에 진출한 바 있으나 판매 부진을 겪고 철수한 뒤 지난해 다시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올해 5월 박 감독과 모델 계약을 맺고 그의 사진과 친필 사인을 제품 전면에 담아 6월 제품을 출시,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감독을 모델로 내세운 지 약 4개월 만에 판매량 280만 개를 돌파했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에서 박카스가 출시 초기에 미미한 판매량을 보여 왔던 것과 비교하면 베트남에서의 판매는 가히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주류 업계도 박 감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막걸리 저변 확대를 위해 최근 베트남을 공략하고 있는 국순당은 지난달 초부터 베트남 주요 대형 마트와 업소 등에서 스즈키컵 프로모션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국순당 막걸리 병뚜껑에 축구공 디자인을 접목하고, 이 병뚜껑으로 간단한 축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제작해 배포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 경기마다 스코어를 맞히는 SNS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같은 프로모션과 K팝 등 한류 바람에 힘입어 국순당 막걸리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현지 매장 입점과 관련된 문의가 최근에 크게 늘었다"며 "보다 현지화된 판촉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덩달아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소주 수출액은 전년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70만 달러(약 7억8600만원)를 기록했다. 현지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진로포차' 역시 박 감독 효과로 인기몰이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이 지난 1월 진로포차 오픈 당시에 방문한 적이 있다"며 "베트남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를 기억하는 현지 손님들이 진로포차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선 샌드위치 '동나' 박 감독 효과를 보는 기업은 제조업뿐이 아니다.
올해 1월 호찌민 1호 점을 시작으로 현재 베트남에서 18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스즈키컵 준결승 이후인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의 점포당 평균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점포 방문 고객 수 역시 9.2% 늘었다.
품목별로 점포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떡볶이·컵밥·잡채 등 즉석 조리 K푸드 상품이 38% 증가했으며, 응원할 때 즐기는 맥주와 음료 역시 22% 늘었다.
특히 지난 14일 출시한 '유어스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의 경우 나흘 만에 기존 인기 상품이던 떡볶이·반바오·반지오·소이만 등을 제치고 GS25 푸드 범주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도 100일 만에 700만 개가 팔린 히트작인데, 베트남 GS25가 대한민국에서 최고 인기 상품임을 강조하는 홍보물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베트남 GS25는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푸드 범주 매출액 1위를 기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한국 인기상품에 대한 궁금증이 구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유통 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도 매출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2120억원이다. 전년도 매출(2660억원)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롯데마트 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식음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며 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며 "식음료 같이 구매 단가가 낮고 자주 구매하는 제품의 경우 효과를 즉시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