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가을 야구에 진출할 팀들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의 경우 경쟁이 막바지다. 지난 9일 기준으로 AL 동부지구 1위 보스턴은 2위 뉴욕 양키스에 7.5경기 앞서 있고, 중부지구는 1위 클리블랜드와 2위 미네소타의 게임 차가 16.5경기까지 벌어져 있다. 서부지구는 휴스턴이 '돌풍의 팀' 오클랜드를 3.5경기 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유지 중이다. 자연스럽게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은 지구 2위인 양키스와 오클랜드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셔널리그(NL)는 안갯속 정국이다.
동부지구 1위 애틀랜타와 2위 필라델피아의 게임 차는 3.5경기다. 중부지구는 시카고 컵스가 2위 밀워키에 2.5경기 앞선 1위, 서부지구는 1위 콜로라도와 2위 LA 다저스의 게임 차가 1.5경기고, 3위 애리조나와 격차도 2.5경기에 불과하다. 3연전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경쟁도 무려 5개 팀(밀워키·세인트루이스·LA 다저스·애리조나·필라델피아)이 엉켜 있다. 과연 20경기 남짓한 정규 시즌 일정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NL 와일드카드 경쟁팀들이 극복해야 할 난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NL 와일드카드 1위 밀워키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욜리스 차신·웨이드 마일리·주니어 게라·체이스 앤더슨·잭 데이비스에 최근 워싱턴에서 지오 곤살레스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그중 누구도 중요한 경기에서 낼 수 있는 확실한 1승 카드로 분류하기 어렵다.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4.00으로 메이저리그 중위권이다. 당장 원 게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면 어떤 선수가 선발을 맡을지 불확실하다.
2위 세인트루이스의 최대 약점은 마운드의 경험 부족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3.72로 언뜻 훌륭해 보이지만 시즌 막판의 부담감과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애덤 웨인라이트와 마이클 와카 등 경험이 풍부한 투수들의 부상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실제 주축 선발투수 마일스 미콜라스·잭 플래허티·존 갠트·어스틴 곰버 등 빅리그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불펜의 조던 힉스·존 브레비아 등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마무리 투수 버드 노리스가 베테랑이지만, 그 역시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다.
LA 다저스는 불펜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이 부정맥 재발로 아직 건강 상태에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크다. 부상 복귀 이후 8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7.88이다. 그동안 젠슨에 대한 의존도가 커 이렇다 할 셋업맨을 만들지 못한 부메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젠슨이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8회나 9회에 뒤집힌 경기가 5경기나 됐다. 부랴부랴 베테랑 라이언 매드슨을 영입했지만,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빅 경기에서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저스의 지구 라이벌 애리조나의 가장 큰 적은 경기 스케줄이다. 남은 경기 대부분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인 팀들과 맞대결이다. 애틀랜타 4연전에 콜로라도 원정 4연전도 버겁다. 그 이후 휴스턴 원정 3연전 그리고 홈으로 돌아와 시카고 컵스와 3연전을 치른다. 이후 다시 콜로라도와 3연전, 다저스와 3연전이 예정돼 있다. 시즌 마지막 연전이 지구 최하위 샌디에이고와 3연전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빡빡하다. 샌디에이고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즌 향방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일정 대부분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강팀과 경기라 피가 마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는 기복이 심한 타선, 특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타자들과 마무리 투수의 불안감을 극복해야 한다. 경기당 득점이 4.27점으로 경쟁팀 가운데 가장 낮다. 라이스 호스킨스·마이켈 프랑코·카를로스 산타나 같은 파워풀한 타자가 있지만, 얼마 전에 가세한 윌슨 라모스를 제외하면 주전 중 그 누구도 시즌 타율 0.267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가 없다. 기대를 모은 오두벨 에레라의 타율도 0.264다. 또 집단 마무리로 시즌을 이끌고 있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최근 신인 세라토니 도밍게즈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올해 세이브를 하나라도 거둔 투수는 9명이나 된다.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대부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 이 부분을 메울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주어진 재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사령탑의 능력이 필요하고 선수들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과연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감추며 가을 야구의 막차를 타게 될 팀은 어느 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