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 감독 선임 과정과 이유 등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매료시킨 부분은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 2012 4강에 오른 부분이다. 또 스포르팅에서 FA컵 우승 2회, 슈퍼컵 우승 2회를 거둔 점도 김 위원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분명 성공적인 부분만 보면 벤투 감독은 한국이 원했던 감독처럼 보인다. 김 위원장이 "벤투 감독의 실력은 검증이 됐다고 생각을 한다. 좋은 커리어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패'한 부분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벤투 감독의 최근 행보는 모두 실패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있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브라질 크루제이루,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됐다.
하지만 이 부분은 김 위원장이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의 실패에 대해 적극 항변하며 벤투 감독 선임 정당성을 주장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해 김 위원장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을 했다. 호날두가 있으면서도 탈락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0-4로 진 상대는 우승팀 독일이었다. 페페 퇴장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포르투갈은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골득실차로 미국에 밀려 탈락했다"고 강조했다.
우승팀 독일에 대패를 당한 것은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페페의 퇴장이라는 변수로 인해 포르투갈이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말이다. 이후 1승1무를 더해 아쉽게 조 3위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강조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도 도중 경질됐다. 팀 내 선수를 비난해 구단, 선수단과 마찰도 있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올림피아코스에서는 69%의 승률로 우승을 확정시켰다"고 말했다. 올림피아코스를 시즌 끝까지 지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기록상 우승이다. 팀에서 나올 때까지 2위와 7점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불화에 대해서는 "나도 마찰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벤투 감독은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쪽에서는 선수단과 잘 지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벤투 감독에게 외국에서 가장 잘 해야 할 것이 존중이라고 표현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실수를 통해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 실패의 핵심은 '중국'에서의 실패다.
벤투 감독은 올해 충칭 리판 감독으로 부임한 뒤 지난 달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유럽도 아닌 한국 보다 수준이 낮다는 중국에서 실패한 감독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벤투 감독 선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이 부분도 김 위원장에게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먼저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왔다. 많은 축구팬들이 중국에서 실패했다고 보는 것에 동의를 한다. 중국에서의 실패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칭이라는 팀이 장쑤나 상하이와 같이 좋은 스쿼드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이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충칭으로 갈 때 스쿼드가 좋지 않아 강등권만 안 가면 된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강등권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시작은 좋았지만 연패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의 충칭에서의 실패가 스쿼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실패한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은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충칭에서 하는 훈련과 경기를 봤다. 골대 앞까지는 계획대로 잘 갔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저렇게 골대 앞까지 갔다고 하면 더 좋은 퀄리티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훈련 방식과 경기를 이끄는 방식이 긍정적이었다"고 확신했다.
같은 훈련 시스템과 전술에 중국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들이 들어간다면 좋은 결실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은 수준 낮은 중국 선수들로 인해 벤투 감독이 실패를 했다는 것이고, 수준 높은 한국 선수들이라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독의 전술과 능력의 문제가 아닌 선수탓이라는 얘기다.
중국에서의 실패가 오히려 한국 대표팀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실패 경험이 한국 대표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 실패를 했지만 중국의 경험은 비슷한 동아시아 문화와 체격을 가진 한국 대표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을 했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