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와 강동원이 한날한시에 맞붙는다. 대작과 대작, 거인과 거인의 싸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인랑(김지운 감독)'이 여름 시장의 서막을 올린다.
개봉 분위기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좋다. '미션 임파서블' 6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개봉 하루 전에 예매율 53.7%를 넘으며 19.8% '인랑'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한 신뢰와 톰 크루즈에 대한 애정이 작용한 결과다. '월드 슈퍼스타' 톰 크루즈는 이번 작품을 들고 한국을 다시 방문, 9번째 도장을 찍었다. 기본만 해도 좋아할 작품과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톰 크루즈는 타국의 팬들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다. '미션 임파서블'은 딱 톰 크루즈 같은 영화. 안 보면 후회할 영화라는 표현보다 보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게 만드는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인랑'은 김지운 감독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다. 주연배우 강동원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가 2013년이니 준비 기간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미장센의 대가' 김지운 감독이 꿈꿔 온 숙원 사업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각본을 쓴 작품이다. 1999년 처음 개봉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니아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원작의 전 세계 첫 실사화라니 욕심날 법도 하다. 김 감독은 순 제작비 190억원을 들여 그림을 현실로 만들었다. 반드시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강동원을 시작으로 한효주·정우성·김무열·최민호 등이 출연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출연: 톰 크루즈·헨리 카빌·사이먼 페그·레베카 퍼거슨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장르: 액션·모험·스릴러 줄거리: 최고 스파이 요원 에단 헌트와 IMF팀이 행한 모든 선의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맞닥뜨리게 된 피할 수 없는 미션 등급·러닝타임: 15세 이상 관람가·147분 개봉: 7월25일 한 줄 평: 주름마저 잘생긴 불사조 톰크루즈 '만세'
신의 한 수: 톰 크루즈의 선택. 톰 크루즈의 존재, 100%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가 아니면 안 되는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톰 크루즈는 막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강점은 지키되, 한층 더 세련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장르의 특성상 공장에서 찍어 낸 듯 만들어진 영화로 보일 수 있음에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그 모든 공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몰입도를 높인다. 이 세상 액션은 맞지만 이 세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는 뛰어넘었다. 뻔한 결말에 결국 권선징악 메시지를 다루지만 '이렇게 만들면 뻔해도 뻔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다. 누구나 상상이 가능하고, 글로 쓰는 소설을 영상화했다는 것에 흥분감을 더한다. 죽어도 100번은 더 죽었을 법한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불사조다. 깊이 있는 눈빛에 모태 미남 얼굴만 봐도 행복한 147분. 이번에도 미션 성공이다.
신의 악수: 긴 러닝타임은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지루함을 동반한다. 미션을 수행하기 전, 사전 설명이 많지만 특별히 이해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필요 없는 장면이 꽤 포함돼 있다는 뜻. '멋짐'을 더 많이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퀀스별 할당된 시간이 길다. '여기까지 보여 줘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여러 번 들게 만든다. 톰 크루즈 외 캐릭터들의 매력이 크게 살아나지 않았다. 새로 합류한 헨리 카빌 캐릭터 설정은 나름의 반전이 있지만 등장부터 예상이 가능하다. 톰 크루즈와 쌍벽을 이뤄야 하는 주요 캐릭터임에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도전은 늘 대단하고, 매 작품마다 호평받지만 딱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진 않는다.
'인랑'
출연: 강동원·한효주·정우성·김무열·최민호 감독: 김지운 장르: SF 액션 줄거리: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테러 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권력 기관 간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 병기 '인랑'의 활약. 등급·러닝타임: 15세 이상 관람가·139분 개봉: 7월 25일 한 줄 평: 190억원짜리 향기 없는 꽃
신의 한 수: 190억원을 들였다더니 오프닝부터 돈 냄새가 가득하다. 원작에서도 등장한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 장면을 배경만 광화문으로 옮겼는데, 그림으로만 구현하던 스케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단한 물량 공세에 나서며 액션신에 제대로 힘주겠다는 김지운 감독의 각오가 느껴진다. 또한 김 감독은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의 멜로는 몽환적으로, 액션은 선명하게 연출했는데 정반대 무드의 장르를 자연스럽게 엮어 낸다. '인랑'은 원작 팬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아닌 한국을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아닌 2029년의 미래로 바꾸며 적절히 각색했다. 그럼에도 오프닝을 비롯해 여러 시퀀스를 원작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원작을 향한 김 감독의 '리스펙트'가 엿보인다. 상업성을 고려해 적절히 각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원작은 액션보다 서사와 감정에 치중해 정적이었다면, '인랑'은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오되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액션에 힘을 쏟는다. 추상적이었던 대립 관계도 한상우(김무열)의 악역 포지션을 강조하며 명확해졌고, 이윤희의 구체적인 개인사를 추가해 설득력을 높였으며, 마지막 전투 장면을 장진태(정우성)에게 맡기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화려한 액션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인랑'의 인물들은 만화를 찢고 나온 것이 아니라, 만화보다 더 멋지고 예쁘다. 강동원을 시작으로 최민호까지, 이 얼굴들을 캐스팅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신의 악수: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 내는데, 집중하며 따라가지 않으면 놓칠 가능성이 높다. 막상 열심히 집중해 따라간다 해도 문제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도 펼쳐 놓았지만 단순한 결말에 허무감을 느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1999년 만들어져 당시의 세기말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인랑'은 1999년이 아닌 2018년에 태어났다. '인랑'이 그려 내는 디스토피아에 빠져들 관객이 얼마나 될까. 2018년의 관객들이 몰입하기엔 너무 어둡고 무겁다. 액션이 빠진 대목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인랑'의 주제는 조직과 개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이다. 원작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꿈속에서 도망가는 여주인공, 여주인공을 쫓아가 물어뜯는 늑대들, 늑대 무리와 섞인 남자 주인공 그리고 꿈에서 깬 뒤 겪는 심적 고통을 그린다. 그러나 실사화된 '인랑'에서는 구체적으로 임중경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장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윤희를 향해 보이는 연민과 연정이 표정으로 드러나긴 하지만,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다. 감정을 그리는 데 불친절하다 보니 의도가 전달되기 힘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랑'의 문제는 멜로다.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동안 멜로는 빈약한 스토리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인물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멜로가 어설프니 강렬한 액션도 빛이 바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