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 회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금호그룹 직원들과 기존 기내식 업체 등의 반발 여론이 거세진 분위기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15년 동안 기내식 공급을 책임졌던 LSG스카이셰프와 재계약을 맺으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4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기내식 대란' 사태 및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 직원들의 격무, 중국 칭따오 출장과 관련한 사과와 해명을 했다. 박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정리하려는 진행자에게 "질문을 계속 받으라"고 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그는 "비지니스 측면에서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이 유리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바꾼 건 지분율과 원가 공개, 케이터링 질 등 계약 조건이 LSG보다 유리했기 때문"며 계약 종료 배경 및 LSG와의 아쉬웠던 점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회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자꾸 커지는 모양새다.
LSG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벌어진 기내식 대란과 무관함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면서 "박 회장이 원가 미공개와 품질 우려 등에 대해 정직하지 못한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LSG는 "인수인계를 최대한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협력해 왔다. 모든 부분에서 계약 조건을 준수했고 원가에 있어서도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전 기내식 공급업체가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변경된 것은 박 회장이 언급한 원가 공개나 품질 문제 등과 상관이 없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노조 역시 "이미 아시아나항공 노조 LSG지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측과의 기내식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는 데 대한 고용불안과 향후 기내식 납품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상해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노조는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실패가 그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6일로 예정된 집회도 그대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오는 6일과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박삼구 회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집회를 연다. 노조는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직원연대와 함께 총력투쟁을 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기내식 공급 문제는 간편식 등을 제공해 '노밀(No meal)'로 운항하는 항공편은 일단 막고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7월 말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 최대 3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한 상태"라며 "8월까지 이어지는 성수기 기간에도 차질 없이 기내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직원 훈련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있었던 대한항공의 기내식 지원 제안은 고맙지만 현재 안정화되고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향후 요청하겠다"고 완곡히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