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에 홀로 떠 있는 사찰 고운사. 이날 이곳엔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컬링 은메달 쾌거를 이룬 '팀 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컬링 대표팀(여자·남자·믹스더블)의 멘탈 코칭 마무리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 남자 대표팀 주장 김창민, 믹스더블 이기정, 천비키 멘탈코치와 동그랗게 앉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팀 킴의 막내 김초희는 손에 '행복한' '허전한'이라고 각각 적힌 감정카드 2장을 쥐고 그동안 보이지 않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인 선수들은 오랜만에 감정을 나누며 팀워크를 끈끈하게 다졌다.
멘탈 코칭은 평창에서 활약한 한국 컬링의 숨은 비결이라는 평가다. 반복적인 훈련이 아닌, 선수가 문제를 자각한 뒤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훈련 방식이다. 스포츠 심리를 비롯해 춤 치료, 명상, 미술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30개 구단 중 27개 구단이 멘탈 코치를 따로 두고 있을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찌감치 멘탈의 중요성을 깨달은 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8월부터 멘탈코칭연구소(MCI)의 도움을 받아왔다. 컬링팀의 멘탈 코칭을 총괄한 박철수 MCI 소장은 "스포츠는 기술, 신체조건, 재능 등 여러가지 요소를 갖춰야 잘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멘탈"이라면서 "우리는 선수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반복 훈련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컬링 경기 중 멘탈 코칭이 도움이 되는 경우를 설명했다. 그는 "컬링 경기는 무수한 변수와 상황이 있다. 실전에 들어가면 수많은 관중이 있는데, 기대와 시선을 한 번에 받으면 불안해지고 긴장된다. 그 순간 선수는 혼자고, 순간적인 판단으로 변수에 대응해 경기를 계속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해도 변수를 다 대처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 단순히 '걱정하지마'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불안해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배운 것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긴장을 떨쳐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뭔지' 더 구체적으로는 '손을 두세 번 털고 심호흡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은 "아직 선수들에게 올림픽의 여운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여운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간절함이 다시 올라와야 한다"며 "이 훈련으로 선수들이 마음을 비우고 내려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믹스더블 이기정은 "올림픽 기간에도 전화로 천 코치님과 명상 훈련을 하면서 많이 차분해졌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컬링팀 외 멘탈 코칭을 통해 성과를 낸 종목은 야구다. MCI는 현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2군과 3군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돕고 있다.
박 소장은 "멘탈 코칭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이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선수들은 승리하는 테크닉은 다 갖고 있다. 앞으로도 그것을 끌어내고, 동기부여를 갖게 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