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0월 31일 한용덕 전 두산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신임 감독은 1987년 한화 전신인 빙그레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2004년까지 '이글스맨'으로만 뛰었다. 은퇴 후에도 구단 스카우트와 투수 코치, 단장 특별보좌역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소화했다. 2014년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동시에 팀을 떠났지만 3년 만에 선수단 수장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지난 13일에는 기존 코치 11명과 재계약을 포기하며 팀 쇄신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신임 감독에게 코치진 개편 전권을 쥐어줬다. 한 감독은 주요 보직에 옛 동료들을 선임했다. 홈런왕 출신 장종훈 코치와 통산 최다승(210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송진우 코치를 영입했다. 모두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장 코치는 수석 겸 타격, 송 코치는 투수 코치를 맡는다. 두산에서 호흡을 맞춘 강인권 배터리 코치와 전형도 작전 코치도 합류했다. 이들도 한화에서 현역 생활을 했다.
한화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기간 한국 야구 대표 지도자로 평가받는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연이어 지휘봉을 잡았지만 최종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에는 순리를 선택했다. 한화의 전성기를 이끌던 이들이 다시 집결했다. 구단은 "강팀의 면모를 뽐냈던 이글스의 주역들이 영광 재현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게 됐다"며 "체질 개선과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익숙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면 팀 재건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선수단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전망이다.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코치는 모두 '연습생'으로 입단해 레전드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 자질을 갖췄지만 퍼포먼스가 부족한 선수가 의욕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정통성을 잇는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 합류한 코치들은 이전보다 견문을 넓혔다. 한용덕 감독은 두산의 수석 코치로 2년(2015-2016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장종훈 코치는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롯데 타격 코치를 맡았다. 주축 타자 강민호의 반등을 이끌었다. 2015년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는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송진우 코치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비슷한 행보를 한 양상문 LG 단장은 "밖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도 맡으면서 현장 감각도 잃지 않았다.
한용덕 신임은 지난 2016년 1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한화의 프랜차이즈 코치들이 많은 질책을 받았다. 2015년부터 각자 다른 길을 걸었는데 밖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재평가받을 수 있길 바랐다"고 했다.
세 지도자 모두 다른 팀과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한층 성숙한 지도자가 됐다는 평가다. 한화는 뛰어난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체질 개선도 이끌 것을 기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