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개막한다. 지난해 영화인들의 단체 보이콧 사태 등 거친 폭풍우가 한 차례 지난 후 다시 돛을 올린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1일까지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해변을 중심으로 열흘간 치러진다. 75개국에서 초청된 작품 300편을 선보이며, 개막작은 문근영 주연 '유리정원', 폐막작은 대만 실비아 창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오후 5시30분부터 치러지는 레드카펫 행사는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진행한다. 그간 레드카펫을 밟은 전 세계 영화인 소개를 도맡아왔던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
6시 30분부터 치러지는 개막식에서는 '한국영화공로상'과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시상, 올리버 스톤 등 심사위원단 소개에 이어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추모 영상이 5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영화계 전체 보이콧으로 인해 냉랭하게 얼어 붙었던 분위기는 일부 단체에서 보이콧을 풀며 한 풀 꺾인 기세다. 이에 따라 국내외 많은 스타들이 영화제를 찾는다. 하지만 반쪽 해제일 뿐 불안감은 여전하다. 내부 신뢰도가 떨어진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한다.
'지석상' 신설·VR시네마 운영
올해 영화제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지석상(Kim Jiseok Award)을 신설과 VR 시네마를 운영이다.
지석상은 아시아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재능 있는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 후보작을 선정,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인 ‘아시아영화의 창’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로 상영되는 10여 편의 후보작품 중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2편의 수상작에는 각 1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칸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영화제들이 VR 기술을 접목한 영화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국제 역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VR 시네마를 운영한다. 영화산업의 기술발전을 이끌어갈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포부다. 영화제 기간 ‘VR CINEMA in BIFF’를 운영하며, 영화의 전당에서 글로벌 VR영화 30여 편이 상영된다.
또 다시 파행의 불씨 해결되지 않은 보이콧 사태는 찝찝함을 남긴다. 부산시와 갈등이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은 단체도 적지 않다. 자칫 조금만 어긋나도 파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참여하면 욕을 먹던 지난해 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예년처럼 영화인 모두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을 분위기도 아니다.
내부적 문제도 불거졌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의 불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사무국 전직원 일동이 강 집행위원장의 소통 단절과 독보적 행보를 주장하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한 것. 2015년부터 부국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강수연은 결국 김동호 이사장과 함께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퇴한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보이콧 사태와 사퇴 문제에 대해 "집행위원장으로서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영화제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어떤 경우에서도 영화제는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