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에 또 한 번의 황금기를 열어젖힐 유망주들이 프로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2018 KBO 신인 2차 지명회의가 그 무대다.
KBO 리그는 한동안 스타플레이어 기근에 시달렸다. 류현진(LA 다저스)과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비롯한 특급 선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에는 더 심해졌다. 리그 지형을 뒤흔들 만한 새 얼굴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신인왕은 대부분 '중고 신인'들의 차지였다. 야구계는 이에 대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수많은 체육 인재들이 다 야구가 아닌 축구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와 내년은 다르다. 10개 구단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미 1순위, 2순위, 3순위까지 리스트업도 끝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목격하고 야구를 시작한 이른바 '베이징 키즈'들이 신인 드래프트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위용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올해 고교 졸업 예정 선수들이 주축이 된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이 20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10일(한국시간)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과 다시 맞붙게 됐다. 이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은 11일 오전 캐나다에서 결승전을 마친 뒤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지명 결과를 전해 듣게 된다.
[사진=한국 국가대표팀이 10일 20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 대한야구협회 제공]
[사진=한국 국가대표팀이 10일 20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 대한야구협회 제공]
특히 투수 쪽이 풍년이다. 프로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21세기 최고의 드래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실체 없는 기대감이 아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투수 가운데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인재가 전국에 10명이 넘는다. 다른 투수들도 이전 3학년 투수들보다 평균 4~5㎞ 정도 구속이 늘었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권 고교와 오른손 정통파 투수 가운데 특급 유망주들이 많이 몰려 있다.
이미 2018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가 드러났다. 휘문고 안우진(넥센)과 배명고 곽빈(두산), 유신고 김민(kt), 마산고 김시훈(NC), 선린인터넷고 김영준(LG), 동산고 김정우(SK), 북일고 성시헌(한화)까지 총 7명의 오른손 투수들이 일찌감치 연고 구단 미래의 에이스로 낙점됐다. 모두 프로 수준의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왼손 투수는 한양대 최채흥(삼성)뿐. 그 외에는 동성고 한준수(KIA)가 포수, 경남고 한동희(롯데)가 내야수였다.
1차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선수의 숫자는 매년 10명으로 한정돼 있다. 올해와 같은 '초대박' 드래프트 시장에서는 1차 지명을 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2차 지명에 나온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덕수고 양창섭과 경기고 박신지, 장충고 성동현은 서울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LG가 마지막까지 1차 지명 후보에 놓고 고민했던 투수들이다. '왼손 파이어볼러'인 세광고 김유신은 7월 열린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5이닝 동안 아웃 카운트 14개를 삼진으로 잡아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예 1차 지명을 받을 수 없던 선수 가운데 '최대어'가 숨어 있다. 서울고 강백호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천중에서 이수중으로 전학해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일본의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연상시킬 만큼 투타에서 모두 특급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는 시속 150㎞ 안팎의 돌직구를 뿌리고, 타석에서는 나무 배트로 고교 3년간 공식 경기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용마고 오른손 투수 이승헌도 고교 진학 이후 1년을 유급한 경력 탓에 연고 구단 NC 1차 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195㎝의 큰 키로 역시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공을 던진다.
최근 초대 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까지 이미 프로도 아닌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교 졸업을 앞둔 투수 가운데 좋은 선수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야구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후보를 찾을 생각"이라며 "그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잘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선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투수들이 프로 입단 3년 차가 되는 해다. 류현진과 김광현(SK)은 입단 2~3년 차부터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올해 졸업 예정자들에게도 그 못지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이들은 프로에서 어떤 유니폼을 입고,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그 윤곽이 마침내 드러난다.